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에피소드 34-2. 들리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

by 더곰

한 때 일본 드라마에 빠져서 닥치는대로 봤던 때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병퀄에 유쾌한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래서 <고쿠센>, <30분 탐정>류의 드라마만 몰아봤다. 근데 그런 것도 하도 보면 질리는 법. 그리하여 살짝 곁눈질을 했더니만 이 드라마가 눈에 뙇! 보이는 게 아닌가.


<장미 없는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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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작인 <장미 없는 꽃집>을 단 하루만에 정주행했던 기억이 있다.


눈물 콧물 다 빼면서 도무지 멈춤 버튼을 누를 틈이 없었다고나 할까? 최강의 몰입도로 순식간에 봐버렸다. 게다가 일본드라마는 50분이 안되는 분량이기 때문에 정주행하는 것에 큰 부담감이 없다.


그렇게 한동안에 잊고 있었는데...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드라마가 <장미 없는 꽃집>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행여나하는 마음에 넷플릭스를 뒤적거렸는데... 어? 있어버리네. 나 보라고 말이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 봐야지.


크.... 크.....

여윽시나, 다시 봐도 감동의 물결이 넘실넘실댄다. 아니, 넘실대다 못해 넘쳐버렸다. 명작은 언제봐도 명작이다.


<장미 없는 꽃집>은 홀로 아이를 키우며 꽃집을 운영하는 에이지 앞에 시각장애를 가진 여성 미오가 나타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묘하게 엮이게 된다. 이 둘의 묘한 러브스토리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더 내 시선을 잡았다.

엄마의 죽음과 자신의 생일이 같다는 걸 안 순간부터 노란색 봉투를 쓰고 다니는 어린 딸의 모습에서는 정말 눈물이 펑펑 터져버렸다. 심지어 딸을 위해 모두가 봉투를 쓴 모습에서는... 어흑. 그 한 컷으로 인해 딸은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렇게 에이지는 딸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면서 치유해준다. 여자 주인공인 미오에게도 말이다.


이 드라마는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보다는 가족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휴먼 드라마에 더 가깝다. 피로 묶인 가족이 아니지만,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피보다 더 진한 가족이 되는 과정 속에서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는 단지 거들 뿐이다.


근데 이 드라마가 잘 만들어졌다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무릎을 탁 치는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는 것이다.

반전은 추리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휴먼 드라마에서도 반전이 살아있다.

(스포주의) 앞이 보이지 않는 미오는 사실, 앞이 보인다!!!! 그녀는 누군가 때문에 에이지에게 접근한 것이다. 의뢰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천사표 에이지에게 감화되어 버린다. 그러면서 미오 역시 선한 영향력(?)에 물들어버린다.

반전이 이게 다가 아니다!

추리 드라마에서는 반전이 공개될수록 소름이 돋지만,

<장미 없는 꽃집>에서는 반전이 공개될수록 눈물이 난다.


도파민이 철철 넘치는 요즘! 힐링이 고픈 이들이라면 <장미없는 꽃집>을 추천한다.


눈물이 있으면, 웃음도 있는 법!

전자책으로 책을 읽다가 급 글을 읽기 싫어졌다. 근데 이북리더기는 놓고 싶지 않고... 그렇게 이북 채널에서 볼만한 게 뭐가 있나 뒤적거리다가 어라라라라?하면서 다운받은 책이 있다.


<수화 배우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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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수화 배우는 만화>이기 때문에 저자가 혹시 청각 장애를 가진 분인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청인이다.

청인은 그녀는 학창시절 청각 장애를 지닌 친구와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라는 생각이 십년 후 불현듯 떠오르면서 수어(* 책 제목은 웹툰 연재 당시 사용했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해 수화라고 했지만, 본문 내용에서는 공식명칭인 수어로 사용되었다)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수어를 배우면서 경험한 에피소드들이 웹툰으로 연재가 되었고, 그것이 모여 책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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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배우는 만화 中>



이 만화에서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아주 기본적인 상식뿐만 아니라 수어와 수어를 사용하는 이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낸다.


진짜 한 권을 순식간에 봤다.

페이지를 넘기며 몇 번을 피식거렸고, 몇 번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내 주변에는 없었기에 그들의 삶에 대해서 깊게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랬었는데 이 책은 한 번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었다.


사실, 수어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북토크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진행을 본 오은 시인과 저자 김영하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이가 있었다. 그들의 말을 수어로 번역해주고 있는 분이셨다. 기억이 맞다면, 두 분이서 통역을 했는데, 알고보니 수어를 한 다는 것이 엄청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한 분이서 다 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때 "와... 멋있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수어나 배워볼까?라고 아주 가볍게 생각했었다. 물론,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나에게 수어는 딱 그 정도의 관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만화를 보면서 행동에 옮긴자와 옮기지 않은자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행동에 옮긴이는 배움으로써 그들의 삶까지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웹툰으로 만들었다. (이것을 선한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만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가 있다.


"농인이나 청인이나 다들 말로 상처 받는구나"


맞지. 맞는 말이지. 우리 모두는 다 그냥 '사람'이다. 각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면 된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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