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독립 서점, 독점. 독점할 수 있는 대여 기회를 드립니다.
이럭저럭 오픈 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아직 입소문을 타지 않아서 그런지 첫 번째 책은 들어온 수량만큼 팔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내내 독점적으로 판매를 했으니, 이제 그 자리는 다른 책에게 내어주어야 한다.
다 팔리지 못한 책은 메인 책장에서 꺼내 반대쪽 장식장으로 옮겨졌다.
"이번 주는 이 책으로!!! 일주일 동안 잘 부탁한다!"
나는 책을 툭툭 털어 곱디곱게 진열했다. 부디, 저번 주보다는 카운팅이 좋기를...
얼추 오픈 준비가 끝났을 무렵,
[ 덜컥 ]
"아니, 안 망했네?"
오픈 첫날 구경을 오셨던 할머니는 그 이후부터 매일 같은 시간, 오전 11시에 서점을 찾았다.
그리곤 늘 같은 메뉴인 다방 커피를 주문 하고는 테이블에 앉아서 1시간 정도 나와 함께 수다를 떨었다.
나 역시도 그 시간대에 딱히 손님도 없고, 바쁘지도 않았기에 흔쾌히 할머니와 수다를 떨었고, 일주일만에 짱절친이 되었다.
할머니는 자신을 꽃할매로 부르라고 했다. 꽃할매라... 꽃할매 예능을 좋아했나? 아니면, 늘 입는 꽃무늬 고쟁이바지를 보아하니 꽃을 좋아해 그런 것일까? 여튼, 원하시니 그렇게 불러드리기로 했다.
"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생존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내가 많이 팔라줄라고~"
"네?"
많이 팔아준다고? 책이라도 팔아주려는 것일까?라고 생각하던 차에 할머니 뒤로 세 분의 할머니가 우르르 들어왔다. 세 명의 할머니들은
"드루와 드루와 여기가 거 요샛말로 핫플레이스여"
"여 서점 아녀? 서점이라고 써있는디?"
"나는 책 안 읽는데... 커피 한 잔 하자더니 왜 이짝으로 불러?"
"아이구~! 말 많네. 내가 커피 살테니까 드루와."
순식간에 서점은 경로당이 되었다. 복작복작.
할머니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크게 냈다. 못 듣는 사람이 없게끔.
"여 이걸로 다방 커피 4잔. 어때? 고맙지?"
"여윽시! 꽃할매밖에 없네요~"
네 사람은 구경을 마친 후 자리를 잡았다. 어차피 자리는 긴 테이블 하나밖에 없지만 말이지.
"아니, 근데 젊은이들이 오는 공간에 우리가 와도 되는 거야?"
"장사하는데 방해가 안되는가 몰라."
할머니들 마치 자신들이 오면 안될 공간에 들어온 것 마냥 안절부절 못했다.
나는 준비된 커피 4잔을 들고 나오며 말했다.
"에이- 방해는 무슨요~ 어차피 이 시간에 손님도 없어요. 저 만날 이 시간에 꽃할매랑 수다 엄청 떨었어요."
"맞어~! 여기 장사가 더럽게 안 돼. 그래서 내가 팔아 줄라고 너네들 데리고 온 겨."
"아니... 꽃 할매. 뭐 그런 건 아니고..."
"아니.. 그래도, 자리가 쪼까 불편 하네..."
"그럼 이렇게 할까요? 잠시 만요."
드디어 써먹을 때가 왔다.
서점의 이름을 <독점>이라고 한 것에는 여러가지 뜻이 담겨져 있다.
첫 번째는 독립 서점의 준말, 독점.
두 번째는 한자 읽을 독, 가게 점을 합친 독점.
그리고 세 번째가 중요하다. 언제든, 누구든 독점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즉, 시간을 사면, 누가됐던 독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독점이라고 지었다.
"짜잔- 잠시 나와보세요."
할머니들은 귀찮다 귀찮다하면서 나를 따라 가게 밖으로 나왔다.
"뭐여? 옴마!"
"어머머머머!"
"아까 저기가 비워져 있기에 뭔가 했어~"
다들 신기하다는 듯이 간판을 봤다.
"이게 제 가게의 서프라이즈~입니다. 책방이면서도 공간을 대여 해드리거든요. 공간 대여할 때 이렇게 타인에게 방해되지 않게, 나만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간판까지 만들어드리는 거지요~"
"아이구. 시끄러. 일단 추우니까 들어가자고."
"아...네."
꽃할매 뒤로 할머니들이 우르르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들은 내심 기분이 좋은 듯 했다.
"그럼, 대여니까 돈 내야 하는 겨?"
"에이- 단골 베네핏!!! 당분간은 무료로 해드릴게용~~!! 매주 11시부터 12시까지 어르신들 공간으로 독점 대여 해드릴테니까 주저마시고 오세요~!!! 이제 맘 편히 대화 나누세요."
나는 그렇게 내 자리로 돌아갔다.
할머니는 더이상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신나서 수다 꽃을 피우셨다.
그리고, 이후 입소문이 타서 이 시간만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독점을 찾았다.
역시 입소문은 어르신들을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