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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n 21. 2024

24

가장 평범한

4.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자면, 나는 누구보다도 튀고 싶은 아이였다.

그랬던 바램과는 다르게 무언가를 잘해서 눈에 띄지도, 못해서 눈에 띄지도 않는 그저 그런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머리가 조금 굳고 난 후 엄마에게 나의 이런 고충을 털어놓은 때면, 엄마는 늘 나에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말을 해주던 엄마의 주변에는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들과 새로운 사연들이 가득했다.

엄마는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도서관 사서로 일을 하셨다.

내가 하교를 하고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즈음이면, 아빠가 퇴근을 해서 도서관에 도착할 때 즈음이 되었고, 엄마가 퇴근을 할 때가 되었다. 그럼 우리 가족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도서관 앞에 있던 커다란 나무 앞에 모여, 산책을 하듯 집까지 함께 걸어갔다. 이건 나 혼자서 도서관을 찾아갈 수 있을 때부터,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쭉 이어져왔던 우리 집만의 긴 전통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엄마가 최근에 겪은 무용담과, 읽고 있는 책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엄마는 그 30분 남짓한 긴 시간에 자신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을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야기가 있는 엄마가 부러웠다. 내 삶은 커다란 이야기 없이 흘러가는 삶이었으니까.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 물론 도전은 늘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내가 누구보다도 평범함에 걸쳐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되었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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