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연구성과를 모아봤습니다. 철도 기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또 기존 기술을 어떻게 응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철도는 이제 단순한 운송수단에서 벗어나 미래 교통·환경·건설·물류·국방까지 아우르는 종합 기술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먼저 철도연이 선보인 ‘하이퍼튜브 축소 모형’은 미래 초고속 교통수단의 상징입니다. 하이퍼튜브는 진공에 가까운 아진공(0.001기압) 상태의 튜브 속을 차량이 시속 1,000km 이상으로 달리는 개념으로, 공기저항을 극도로 줄여 기존 철도의 한계를 넘어섭니다. 서울~부산 구간을 20분대에 주파할 수 있어, 항공과 철도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국가 기간 교통망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술로 이 개념이 실현되면 국내 도시 간 이동뿐 아니라 한·중·일을 잇는 초고속 동북아 교통망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습니다.
트램-트레인은 도시 트램 노선과 기존 일반철도 노선을 한 차량이 환승 없이 주행하는 시스템입니다. 철도연은 독일 칼스루에를 시작으로 유럽 여러 도시에서 정착된 개념을 국내 실정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예컨대 동탄신도시 주민이 집 앞 트램을 타고 병점역에서 환승 없이 경부선 열차로 서울역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위례 역시 위례-신사선과 연계해 서울 도심 진입이 한 번에 가능합니다.
기술 핵심은 이종 전력 시스템(트램 750V DC / 전철 1,500V DC) 간 호환과, 급곡선 주행 가능 AI 기반 휠-레일 모니터링, 표준화된 중계레일 설계입니다.
세계 최초로 오송 철도종합시험선에 14.8km 전용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안정성을 실증하고 있어, 향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출형 트램-트레인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매년 철도 유지보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콘크리트침목은 수만 톤에 달합니다. 기존에는 이를 부지에 장기간 적치하거나 폐기하는 방식이어서 환경 부담이 컸습니다. 철도연이 개발한 이동형 재자원화 장치는 현장에서 침목을 바로 파쇄하고, 철근·체결구·골재를 93.5% 이상 회수합니다.
특히 사이클론과 살수 노즐을 결합해 파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최소화했고, 회수된 골재는 흡음블록과 CO₂ 포집제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이로써 철도 폐기물이 단순 폐기물이 아닌 건축·환경 산업의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지하철 역사는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생활 공간이지만,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습니다. 철도연과 ㈜두인이엔지가 공동 개발한 능직 데미스터 필터 자동 세정 기술은 스테인리스 와이어를 능직(綾織) 방식으로 직조해 초미세먼지(PM-2.5)까지 99% 이상 걸러낸다고 합니다.
하이브리드 세정과 고온·고압 건조로 사계절 내내 성능을 유지하며, 겨울철 결빙 문제도 없습니다. 국가 신기술(NET) 인증을 받은 이 기술은 지하철뿐 아니라 쇼핑몰, 대형 지하공간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도심 공기질 관리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속열차의 에너지 효율 개선 핵심은 ‘대차’에 있습니다. 철도연의 캡슐형 인보드 대차시스템은 기존 대비 29.5% 경량화하고, 열차 하부를 매끄럽게 밀폐해 공기저항을 대폭 줄였습니다.
동력부에는 IPMSM(매입형 영구자석 동기전동기)을 적용해 고효율·저소음을 구현했고, 전기기계식 제동과 소형화된 동력전달장치로 유지보수 효율도 높였습니다.
실험 결과, 마모 차륜 조건에서도 550km/h 이상 안정 주행이 가능해 유럽 EN 14363·EN 12299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이는 차세대 고속철 설계와 해외 수출형 차량 개발의 핵심 기술이 될 전망입니다.
군수품 상하역은 인력 의존도가 높아 병력 소모와 안전 문제가 큽니다. 철도연이 개발한 차량 탑재형 접이식 지게차는 높이 650mm 이하로 접어 대형트럭 하부에 탑재, 험지에서도 무한궤도 바퀴로 기동할 수 있습니다.
무선 원격 조작이 가능해 인력 위험을 줄이며, 최대 1톤까지 작업할 수 있어 군수물류·재난지역·섬 지역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육군 군수사령부와의 실증 시연으로 국방 분야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민간 물류에도 파급력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