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tcc Apr 16. 2024

아카이브 용어 탐구

전문용어의 일반어화 관점에서


드디어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카이브'에 대한 기록학계 밖의 정의가 통용되는 날.

영향력 있는 학자가 새 시대의 '인재상'이 꼭 갖추어야 할 것으로 아카이브를 언급했다. 여기서 아카이브는 내가 일정 시간 축적해 온 경험을 증명해 주는 기록을 뜻한다. '나'를 '재현'한다는 점에서 아카이브를 '서사'화된 기록이라고 정의 내린 듯하다. 그리고 이것이 자산이 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그런데 아카이브라는 전문용어에 대한 기록학적 정의는, 실은 다소 건조하다. 영구기록 혹은 영구기록보존소. 15년 전 국립국어원은 아카이브를 우리말로 순화하겠다며 '자료전산화'를 대체어로 선정하기도 했었다(으앜! 아카이브의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기록학계는 아카이브를 기술적으로, 단지 기록 관리자의 시선에서 대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는 아카이브가 갖는 재현의 속성에 주목하며, 아카이브는 곧 서사라고 정의 내린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문용어가 일반어다의어를 획득하게 되는 것은 전문적인 개념 외에 일상 언어생활에서 필요한 대상이나 개념을 나타내는 어휘로 의미가 확장되고, 빈번한 노출로 인해 난이도가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개념이나 지식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용어는 언어전문가나 문학가가 아니라 일반인이 은유의 과정을 통해 일상 언어생활로 편입시켰다."
(김한샘, "전문용어의 일반어화에 대한 소고")

앞으로 아카이브는 더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우리가 배운 것과는 다른 정의로. 만약 본래 정의만을 고집한다면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할 것이다. 거친 비유지만, 단지 기록물을 DB화했다고 해서 아카이브를 구축해 주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고객이 바란 건 아카이브로 재현된 나의 경쟁력일 테니까.

그렇다면 기록으로 맥락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기존의 기록조직화 원칙과 방법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제 막 기록학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록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 전달의 수단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인간 경험의 서사적 재구성을 통해 의미 부여의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출발점이다. 특히 디지털아카이브 환경에서, 기록의 생산맥락과 구조를 함께 보여주는 기술이 이용자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문제를 인식하고, 기록물의 이야기적 기술을 통해 보다 광범위한 맥락적 이해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 연구를 수행하였다."
(안정희, "보존기록의 서사적 기술에 관한 연구")

아카이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외부, 그리고 내부에서도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통령의 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