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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cc May 11. 2022

대통령의 발

대통령 기록

오늘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얼마 전 본 뉴스 기사가 떠올랐다. 역대 대통령의 '발' 기록으로 복원한 구두를 NFT로 제작했다는 소식.


에스콰이아는 그간 장인들이 만들어 보관해온 역대 대통령의 구두틀과 작업지시서를 토대로 먼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두를 복원해 우선 공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두는 박 전 대통령 출생일인 11월 14일(음력 9월 30)에 맞춰 공개하기로 했다.


수제화 브랜드 에스콰이아가 대통령 구두를 만들며 생산한 기록(구두틀, 작업지시서)을 보관했고, 이 덕에 디자인을 NFT로 복원할 수 있었다 ©형지에스콰이아


에스콰이아 제화는 1961년 9월 21일 창립한 국내 브랜드다. 창업주인 이인표(1922~2002)는 당시 5·16 군사 정변을 일으킨 박정희와 군부 세력이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자 양품점을 개조해 '에스콰이아'라는 수제화점을 냈다".


'대통령의 구두'가 된 것도 박정희와의 인연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에스콰이아 구두를 신은 것이 인연이 되면서 회사가 계속 성장했다"고.

(박정희의 첫 '방미'는 1961년 11월 이뤄졌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이었다. 대통령 신분으로 처음 미국을 찾은 건 1965년 5월. 미국을 "처음" 방문했다고 하면 61년일까? 65년을 말하는 걸까)


1961년 방미 중인 박정희와 케네디 ©KTV


언뜻 구두만 봐서는 알기 어렵지만 구두틀과 작업지시서 같은 기록, 또 당시 수제화를 만든 장인의 구술 기록을 참고하면 "구두로 보는 대통령의 성격과 취향" 같은 걸(심리 테스트 아님) 알 수 있다. 일례로 박정희의 구두를 만든 구두 장인 조창남 씨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키가 작으니 높게 해 달라' '발 크기가 245mm인데 발이 작아 보이니 250mm로 해달라' '가죽창을 하되 청와대 바닥이 미끄러우니 그 아래 얇은 고무를 대 달라' 등을 주문했다.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을 스타일링으로 커버하고 싶었나 보다,,,)


이렇게 만 역대 대통령 구두 NFT의 판매 수익금은 전액 기부하고, 구두 실물은 대통령 역사관에 기증한다고.


다음 편에서는 구두가 아닌, 사라진 '도시'를 디지털로 복원, 재현한 '한양도성 타임머신' 프로젝트와 그 모태가 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프로젝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Archive : 대통령기록관



대통령에 관한 기록은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대통령의 기록을 수집, 보존, 활용하는 기관이다. 2007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설치됐다. 법에 따라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ㆍ관리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대통령기록물은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대통령의 '구두'에 대한 기록은 뭐가 있을까? 검색해보니 총 94건이 나온다. 구두(shoes) 반, 구두(口頭) 반이다. 대통령별로 좀 더 자세히 볼 수도 있다. 신발 구두에 대한 첫 기록은 김영삼(1993~1998년 재임)부터다. 취임 후 1993년 4~6월 직원들 구두 닦는 것과 수선 방안을 검토했다.


왜인지 해당 기록은 비공개다 ©대통령기록관


노무현(2003~2008년 재임) 때는 구두미화시설 설치 기록(2004년)이 있다. 청와대를 방문하는 일반인에게 출입증을 발급하는 면회실(당시 '55면회실', 2004년 '북악 안내실'로 개칭, 2009년 '연풍문'으로 개칭) 내에 설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 이후로 '구두수선소 국유재산 사용허가'나 '사용료 징수' 등에 관한 기록이 꾸준히 나온다.


©대통령기록관


이명박(2008~2013년 재임) 때 구두에 관한 특이한 기록은 '안내직원 유니폼(치마/자켓/구두) 구매' 기록(2008년)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하나 뜬다.


최근 청와대의 청바지 착용 금지령이 화제가 됐다. 3월 말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은 각 비서관실에 ‘대통령실 직원 근무복장 안내’ 지침을 내렸다. “청와대는 주요 내외빈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므로 대통령실 직원은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단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요지의 이 지침은 “특히 ‘청바지’는 평일 정상 근무복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무비서관실 측은 “(지침이) 대통령의 뜻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근무 중 청바지 차림을 싫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향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해석이 많다.

(그래,,서?)


오늘부로 개방한 청와대는 장소 그 자체로 대통령의 기록물이다. 없어져선 안 될, 보존하고 관리할 것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할 텐데. 뭔가 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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