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 이상원의 전략
Q. 고증은 사극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복원 공연'의 비밀
남아있는 악보와 문헌을 근거로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기준점이 항상 명확하진 않다. 1902년 고종의 기로소(나이 많은 문신을 예우하기 위한 기구) 입소를 축하하며 밤에 열었던 궁중잔치 ‘야진연’(4.9~14/국립국악원)은 전해지는 기록물이 많지 않아서, ‘임인진연도병’이라는 병풍 속 그림을 기초로 삼았다. 국립국악원은 공연단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필수다. 우리 선조들이 느꼈을 감동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연출자·연주자·연구자가 모여 회의를 거듭한다.
Q. 국악은 변치 않을까? 국악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불과 1970~80년대 국립국악원의 기록 영상을 봐도
지금과 차이가 확연하다.
예전 국악인들은 서양음악에서 비롯된 박자나 음정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오죽하면, 당시 외국의 음악학자들이 “국악은 서로 음을 다르게 해서 연주하는 것이냐” 물을 정도였다. 연주에 심취하면 빠른 곡은 더 빠르게, 느린 곡은 더 느리게, 극과 극으로 연주했다. 반면, 지금은 전통음악도 무대예술이라는 점을 고려해, 음량과 음폭이 객석에 잘 전달되도록 음은 정확하게, 악기 간 소리의 밸런스를 맞추어 연주한다. 세련되게 다듬은 것인데, 묘하게도 과거의 인간미 있는 연주가 마음에 더 와닿기도 있다.
Q. 온라인 무대 속 정악, 더 잘 즐길 수 있다?
영상물의 장점은 객석보다 가까이에서 연주자를 보고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악 연주는 마음과 마음이 맞아야 한다. 그 마음이 관객에게도 전달될 때 가장 잘 감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화면 속 연주자와 호흡을 함께할 정도로 혼연일체가 되어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천년의 역사를 잇는 정악을 두고 어떤 사람은 ‘박물관 음악’이라고 말한다. 오해다. 정악은 고증과 박제의 대상이 아니다. 현대에 와서 정악은 관객과 호흡해야 하는 숙명을 띤, 지금 이곳의 음악으로 자리해왔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정악을 전승하고 있는 유일한 국립 예술단체다. 풍류음악과 궁중음악을 아우르는 정악의 정통성을 올곧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