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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r 27. 2024

고추장 돼지고기볶음을 만드는 날

그때 그 맛을 만들 수 있을까

  집안 가득 달짝지근하고 짭짤한 고기 냄새가 퍼졌다. 엄마는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냄비에 돼지고기 반 근과 다진 마늘 한 숟가락을 넣는다. 계량스푼은 필요 없다. 엄마만의 예리한 눈대중으로 간장과 고추장을 냄비에 따른다. 가스 불을 켜고 양념을 섞으면서 골고루 익힌다. 고기와 양념이 하나로 버무려져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에 금세 배가 고파졌다. 손이 큰 엄마는 양념을 듬뿍듬뿍 넣었다. 아마 이번에도 냄비 바닥에는 짭조름한 양념이 눌어 가고 있을 거다. 반찬이 따로 없어도 김치에 돼지고기볶음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이었다. 숟가락으로 냄비 바닥을 살살 긁어 누룽지처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먹었던, 그때 그 고추장 돼지고기볶음이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씩 먹고 싶어진다.     



  엄마는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지금 허리가 많이 아프시다. 자주 누워 있고 움직이기 힘들어하신다. 그런 이유로 몇 년 전부터 아빠가 살림을 시작하셨다. 아빠는 깔끔하고 정갈하게 요리를 잘하신다. 그래서 요리를 하다가 잘 모르겠으면 아빠에게 여쭤본다. 그러면 엄마는 옆에서 더 큰 목소리로 설명을 하신다. 그때는 엄마가 왜 자꾸 알려주려고 하실까 의아했는데 글을 쓰면서 문득 깨달았다. 엄마로서 딸에게 그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으셨다는 걸. 엄마 마음이 헛헛하고 허전했을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은 엄마에게 직접 여쭤봐야겠다. 어떻게 하면 간간하고 맛있는 고추장 돼지고기볶음을 만들 수 있는지. 엄마가 열심히 소리 높여 설명해 주시는 모습이 상상된다. 그때 그 맛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치유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면서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먹고 싶고 그리워지는 추억의 음식이 있으신가요?



이미지 출처: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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