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Nov 15. 2024

무채색의 기쁨

오하림, 『나를 움직인 문장들』 문장을 읽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그다지 걱정이나 기억에 남는 일들이 없었던 하루. 어떠한 고마움도 소중함도 느낄 수 없는 지극히 무채색의 하루. 지금의 우리를 만든 하루란 그런 무탈함의 합일지도.
-오하림, “나를 움직인 문장들” 중


  하루를 조각으로 나눈다. 그중에서 가장 편안한 때를 고르라면 잠자리에 막 누웠을 때다. 고단하고 바빴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 위 이불속에 쏙 들어갔을 때. 보드랍고 포근한 이불의 결을 느끼며 이제 쉬어야지 할 때, 안온함을 느낀다. 오늘 하루가 어땠더라, 내일은 뭘 해야 하지, 생각을 이어가며 스르륵 잠이 드는 순간이 참 좋다.



  무탈하게, 특별한 일도 나쁜 일도 없이 은은하고 평온하게 잘 지나간 하루. 스무 살 적엔 특별하고 재미있고 신나는 날을 기대했었다. 나를 설레게 할 조금은 유난스러운 사건을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하고는 했었다. 그때보다 두 배의 나이가 된 지금은 달라졌다. 아무 일 없이 조용하게 지나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무 걱정이 없다니, 그야말로 완벽한 날이 아닌가. 조금 지루하고 지겹게 느껴지는 하루에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 기억에 남는 일이 없으면 어떠랴. 아이와 나눈 대화, 함께 까르르 웃던 일, 무심코 고른 책에서 공감 가는 구절을 따라 공책에 옮겨 적던 일, 저녁에 어떤 반찬을 해줄까 고민하던 일. 생각해 보니 소소한 일들이 기억하고 싶고 마음에 담고 싶은 순간들이다. 삶은 작은 순간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오늘 하루가 무채색이어도 괜찮다. 걱정은 덜어내고 고마움과 소중함은 담뿍 담으면 되니까. 내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그런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왠지 조금 더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이미지: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파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