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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Nov 05. 2023

스쳐 지나가던 것을
머물게 하는 마법

브런치를 하는 동안 달라진 것들

  23.10.13.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단조로웠던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브런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뭔가에 홀린 듯 글쓰기를 하고 있다. 틈만 나면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쓰고 고친다. 등원 후에 바로 청소와 설거지를 하던 일상이 글을 쓰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단 3주 만에. 운동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놓칠세라 메모를 하고, 잠시 시간이 되면 글을 쓰고 싶어졌다. 생각들이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기 전에 잡아두어야 했다. 갑자기 떠올랐던 생각들은 적어놓지 않으면 어느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글쓰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거다 싶은 글감을 생각하며 의기양양하게 키보드를 치다가도 막상 쓴 글을 읽어보면 밋밋하고 시시했다. 집안일을 뒤로 미뤄둔 채,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의 하교 시간이었다. 루틴이 깨지고 그 틈으로 글쓰기가 가득 차버렸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면서 과거와 만날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 경험을 쓰다 보면, 마치 눈앞에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해졌다. 그때는 알 수 없었던 까칠이와 순둥이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의 풍경이 어땠는지 생각나기 시작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스쳐 지나가버릴 일이었을 거다. 과거의 시간이 내 곁에 머물러 그때 미처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했다.


  글로 쓸 수 있을까. 자세히 들여다보고 곰곰 생각하다 보면 의미 없던 것들이 특별하게 변다. 무심코 하는 행동, 엉뚱한 아이의 말 한마디, 버겁게 느껴지는 일, 습관처럼 해야 할 일들을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이야기가 되었다. 단순해 보였던 일상은 온통 글감 투성이었다. 문득문득 이건 어때, 저것도 쓸 거리네, 자신과 얘기하는 수다쟁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브런치 프로젝트 2기 동기들이 있는 단톡방은 유쾌하고 소란스럽고 따스하다. 기쁜 일을 함께 축하해 주고, 슬픈 일에는 위로를 전한다. 이곳에서 공감과 위로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임에도 누군가가 언짢을 만한 대화가 한 번도 없었다. 서로가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 조회수가 높거나 구독자수가 많거나 필력이 뛰어난 동기를 보며, 글을 살펴보고 더 잘 쓸 수 있도록 자극받을 수 있는 것도 힘이 되는 부분이다.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는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본다는 것, 화장을 다 지우고 두꺼운 안경을 낀 민낯을 보여주는 것처럼 쑥스럽고 부끄럽다. 그러면서도 내심 독자들의 반응을 기대한다. 라이킷과 댓글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쑥쑥 커져간다. 기대와 아쉬움, 집착과 체념을 반복하다가, 쉽지는 않겠지만 조회수에 연연하지 말고 나만의 글을 쓰자고 다짐해 본다. 내 글이 유쾌한 여운을 담은 선물 같은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뭘 쓸까?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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