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5: 내가 요즘 보는 것
하루 종일 무언가를 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시계, 매일의 뉴스, 날씨 예보, 싱크대에 담긴 설거지 그릇, 냄비에 갓 쪄낸 고구마, 아이가 푼 디딤돌 수학 문제집 등등. 눈에 스치는 것 가운데 글로 쓰고 싶은 것이 좀처럼 없다.
수백 가지를 보더라도 관심을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지만 하고 싶었던 일이 뭐가 있을까 곰곰 생각한다.
몇 달 전, 엄마가 미용실에 갔다가 새끼손가락 만한 꽃나무 가지 2개를 종이컵에 담아 얻어오셨다. 흙에 심어두면 꽃이 필 거라고 했다. 가지가 약해 보이는데 그럴 수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작은 화분에 하나씩 심어두었다. 무심하게, 큰 기대 없이, 가끔 물을 주고 기다렸다. 초록색 잎이 커지는 게 보이더니 일주일 전에는 50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노란색 꽃이 피었다.
예뻐라.
내가 딱 좋아하는 모양의 꽃이다. 흰색과 노란색이 섞인 듯한 연노란빛이 마음을 끈다. 백합처럼 크고 화려하거나 장미처럼 강렬한 꽃보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작고 수수한 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덕분에 깨닫는다.
그저께는 양파를 다듬었다. 아침저녁 바람이 차다 싶더니 둘째 아이가 코감기에 걸려서다. 양파를 잘라서 머리맡에 두면 막힌 코에 효과가 있다기에 양파망째 샀다. 쓰고 남은 것 하나를 일회용 컵에 넣어 물에 담가 두었다. 다음 날, 앙증맞고 귀여운 하얀색 뿌리가 2mm쯤 돋아났다.
옷의 무늬도, 액세서리도, 좋아하는 것들도 그렇다. 설거지를 하면서 양파가 얼마나 자랐는지 보고, 베란다를 드나들면서 노란꽃에 시선을 둔다. 거실 한편에 나란히 둔 다육이는 오늘도 초록초록하다. 삭막한 보도블록 사이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초록싹을 발견하고 응원하게 된다. 반짝임을 발견할 수 있는 눈, 작은 것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 어쩌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이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