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8: 추석연휴로 사행시 짓기
추.
추석연휴로 사행시를 지어보자는 이번 글감이 쉬울 줄 알았다. 추, 석, 연, 휴, 각 음절로 시작하는 낱말을 떠올려보다가 만만치 않은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어차피 어려운 일이라면 아무 말이나 되는 대로 써보기로 했다. 마음에 쏙 드는 글이 나오는 날이 있으면, 발행이 망설여지는 글이 있는 날도 당연하니까. 훌륭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은 애초에 버렸다. 매일 꾸준히 몇 줄이라도 쓰는 것에 의의를 두면 되는 거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초고가 쓰레기라고는 하지만 숙고의 과정 없이 두세 번 읽어보고 발행을 하는 것이 괜찮은 것일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내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의 시간이 의미없이 소비되는 것일까 봐 걱정이 되어서다. 공유하는 글쓰기는 설레고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석.
석양이 지는 하늘을 보며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것은 일상이 더욱 소중해졌다는 점이다. 메마르고 퍼석한 마음을 빈 화면에 쏟아내고 나면 물기가 스미고 온기가 감돈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제법 와닿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삐죽했던 마음이 스르륵 둥그스름해지기도 한다. 내게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시간이 늘었다. 글쓰기가 주는 마법이다. 잘 쓰든 못 쓰든 계속 쓰고 싶어졌다.
연.
연애하듯 설레고 다정하게 글을 쓰고 싶다. 추석에는 매일 글쓰기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온가족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어 타닥타닥 글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니까.
오늘은 달랐다.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이른 아침, 은은한 조명에 의지한 채 키보드를 꺼냈다. 브런치 매거진에 어떤 글감이 올라왔을까 궁금했고, 한 줄이라도 꾸준히 써보고 싶었고, 마지막 문장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문장을 이어가는데 자주 주저하고 멈칫했지만 어쨌든 짧은 글 한 편을 완성했다. 오늘도 해냈구나,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휴.
휴월이 차고 둥글어지는 보름이 다가온다. 이지러진 달도, 반쯤 차오른 달도, 둥근달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나 역시 너무 무리하지 말고, 누군가와 비교하며 움츠러들지 말고, 내 자리에서 묵묵히, 일상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글쓰기를 하는 날도, 너무 바빠서 그러지 못한 날도, 괜찮다고 토닥이며 나를 아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곧 여덟 번째 글쓰기를 완료한다. 추석연휴와 관련된 사행시를 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도 괜찮다. 계획대로 하는 것도 좋고, 다른 방향으로 가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니까. 이런 합리화는 긍정적인 거니까 괜찮겠지, 조금 더 유연해진 내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