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10: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
강청댁은 왜 두만네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윤씨 부인이 절로 간 건 언제인 거지?
귀녀가 강포수에게 왜 먹을 것을 가져다줬는지 알아?
남편이 "토지 2권"을 읽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에게 묻는다. 올여름부터 우리는 토지를 읽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지 않던 남편이 언제부턴가 나보다 더 심각한 표정으로 책에 집중하고 있다.
시작은 작년 겨울이었다. 10년 전에 산 "태백산맥"이 꼼짝도 않는 것을 보더니 그가 개구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먼저 다 읽는지 내기해 볼래?
결혼 전, 대하소설에 대한 낭만이 있던 터에 충동적으로 구매한 전집. 읽었다 쉬었다를 반복하다 결국은 몇 년째 그대로 멈춰 있었다. 남편의 내기 제안에 마음이 동했다. 태백산맥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보다는 빨리 읽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남편은 책에는 관심이 없지만 역사 이야기는 좋아하는 편이었다. 태백산맥에 담긴 현대사를 읽으면서 유익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나보다 두 달이나 먼저 책을 다 읽었다. 내기에 졌고 내용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좋았던 것은 종종 책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함께 문학관에 다녀오고, 책에 나오는 인물 이야기를 하고, 이번에는 "토지"를 읽어보자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윤씨 부인에는 여운계 씨가 잘 어울릴 것 같아.
아니야, 나는 윤여정 씨 떠올리면서 읽었는데. 드라마에서 조준구는 김갑수 씨가 했대.
어? 그 사람 태백산맥에서는 염상구 역할이었는데.
드라이브를 하다가, 식탁에서 밥을 먹다가, 거실에 앉아 책을 읽다가 우리는 자연스레 책 이야기를 나눈다. 유튜브와 티브이를 보는 시간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친한 짝꿍과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어서 즐겁다. 아이들은 엄마아빠 이야기에 귀를 쫑긋한다. 슬며시 뿌듯해하면서 생각한다.
우리, 좀 멋진 것 같아. 계속 같이 읽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