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0번째 글
작년 언젠가, 우아한 할머니를 꿈꾸며 글을 쓴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이제부터 일 년에 백 편씩 써보자고, 지금의 조급함을 예상하지 못하고, 당차게 다짐을 담았었다.
9월 중순쯤, 좋아하는 작가님의 매거진 신청 글이 올라왔다. 그때부터 매일 글쓰기를 하면 올해 안으로 100편을 쓸 수 있으니, 짧은 글이라도 시작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이미 하고 있던 것들도 제대로 못하는 중이었지만 그럼에도 매일 글쓰기는 꼭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예전에 글쓰기 다짐을 했다는 걸. 해마다 백 편씩 쓰면, 십 년이면 천 편을 쓸 수 있고, 그러면 지금의 어정쩡한 글쓰기 실력도 꽤 늘었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우아하게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하며 입꼬리가 올라갔었다. 문제는, 그래서 지금 당장 글을 쓰고 완성해야 한다는 것.
속절없이 날짜는 흐르고, 발행 개수를 채우려니 마음이 급해졌다. 글감이 아니다 싶은 것들도 일단 화면에 꾸역꾸역 욱여넣고 문장이 되길 기다렸다. 내용이 풍성하고 완성도 있는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한 편씩 완성이 됐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200번째 글을 쓰고 있다.
글에는 힘이 있다. 우연히 썼던 문장이 나를 끌고 가고 있다. 덕분에 원하던 모습대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으니 다행이고 기쁘기도 하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이번 글 덕분에 300번째 글을 쓰고 있으리라. 십 년 후를 기대하며 오늘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아무튼, 드디어, 미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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