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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날 현 Jul 01. 2021

너에게

줄리야.


너의 '마음이 무너진다는 말', 나는 그 말이 너무 아파. 너도 혹시나 이런 기분이었을까 봐. 그런 날이 있잖아. 어디도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쓸쓸한 날.


갈 데가 없구나.

인생은 결국 나 혼자구나.

내가 살아내야 되는 거구나.


절절하게 깨닫는 순간, 마음이 꼭 무너져내리는 것 같아. 캄캄한 밤을 혼자서 밀어내야 아침 해가 밝을 수 있을 텐데 그 밤은 너무나 길기만 하고 말이야.


그럴 때마다 너는 어떻게 그 밤을 견디니. 줄리야. 나는 그럴 때면 그냥 취해버리고 말아. 이 습관을 고쳐야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나는 힘든 날이면 그냥 취하고 누워버려. 온몸이 나른해지고 머릿 속이 물렁해지면, 그러면, 오늘 밤이 조금은 쉽게 지나갈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하면서 드러누워 버리면 그 순간만큼은 편하거든.


"나는 지금 마음이 아파.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겠어.

나를 충전하려면 이렇게라도 쉬어야 해."


멍청해지고 게을러지는 밤을 매번 그렇게 쉽게 용서하고 용서받으면서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특히나 혼자라고 느낄 때, 외로움에 휩싸여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 오늘의 나를 위로/축하/격려해주고 싶은 밤이면 어김없이 그 생각이 차올라.


어차피 밤인데 어때. 어차피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어차피 조금만 취할 건데. 합리화할 이유는 그때그때마다 차고 넘쳐.


두 세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가 삼키고 나면 곧, 몸이 나른해지고 기분이 편안해. 그러면서도 머릿속 어딘가에선 뻐근한 죄책감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고. 꾹 참고 있다가 주말에만 봉인 해제하기로 약속했지만 참아내기가 매번 힘겨워. 언제나 무참하게 지고 싶은 마음뿐이야.


마음이 무너진다는 말.

너는 그 말을 어떻게 혼자 견디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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