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잔향, 잔몽, 향수, 그리고 청춘

by 심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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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그릇이 깨졌다. 오랫동안 쓰던 그릇이.


흩어져있는 조각들을 볼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무심해 진거지. 분명 살땐 설렜는데, 집에 가져와서 처음 쓸때도 설렜는데. 특별한 일을 하다 그릇이 깨진건 아니다, 어딨는지도 모르다가 툭- 쳐서 깨졌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큰 조각들을 주었다. 뾰족한 끝이 손가락에 대여 얼얼했다. 하나, 둘, 셋. 줍다 보니 알았다. 아 꽤 컸네. 아쉽긴했지만 이내 쓰레기봉지에 다 넣어버렸다


크기가 작은 나머지 조각들은 살살 모아 휴지로 주웠다. 휴지 사이로 찢고 나와 손가락을 찌르는 유리 조각이 있었다. 따갑네. 간혹 손에서 피가 송골송골 맺혀왔지만, 그러다 멈추었다.


그릇의 조각들을 합쳐 쓰레기 봉지에 묶어 버려버렸다. 가지고 있어봤자, 더 이상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

그렇게 몇일이 지났다. 오랫동안 쓰던, 한때 아꼈던 그릇이 깨졌음에도 아무렇지 않았고 고작 몇일 만에 잊어버렸다.


하루였다. 우연히 부엌을 지나다 발에 닿은게.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아직 있었네.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버렸지만 내 곁에서 언제나. 그것은 지나간 시간의 잔향이었고 아직 벗어나지 못한 잔몽이었다. 내가 그때를 기억하는 향수이자, 청춘의 그릇이었다. 조각조각 모여 나를 만들었고 잔해는 뒤를 돌아보게 하였다. 이미 깨진 청춘은, 이미 스스로 버린 청춘은, 나의 청춘은 파편이 되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