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르름을 사랑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왜 이토록 숲의 문장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지
왜 드넓은 들판을 마주할 때마다
막혔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지 말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가장 멀리 떠나온 곳의 색을 기억하기 때문일 겁니다.
딱딱한 보도블록과 회색의 소음 사이에서
우리의 눈은 언제나 갈증에 목말라 있었고,
녹색은 그 타오르는 망막 위에 내리는
가장 서늘하고도 다정한 비였습니다.
가을 하늘이 그토록 투명하게 푸른 이유는
그 아래 몸을 누인 대지의 초록을 시샘해서가 아닙니다.
가장 높은 곳의 푸름과 가장 낮은 곳의 초록이 만날 때
비로소 세상이라는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보세요, 수술실의 벽면이 왜 초록이어야만 했는지.
붉은 고통과 생의 치열한 비명 속에서
유일하게 침묵하며 우리를 안아주는 색.
"이제 눈을 감아도 좋아, 여기는 안전해"라고 말하는
그 고요한 응급처치를 당신은 보았나요?
나는 이 '녹색 미학'이라는 이름의 신앙을 사랑합니다.
나무가 자라는 속도로 사랑하고
풀잎이 눕는 방향으로 용서하며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이 경이로움을.
내 마음은 이제 당신의 창가에 심긴 한 그루 나무입니다.
당신이 세상의 거친 색들에 지쳐 돌아올 때
아무 말 없이 내어줄 수 있는 가장 넓은 그늘입니다.
그저 이 푸르름 속에 당신을 누이세요.
우리가 녹색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이 우리를 먼저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이 내가 느끼는 이 아름다움을 꼭 느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