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 것

세상의 목소리24

by 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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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왼쪽 팔에 검은색으로 두 줄이 그어진 완장을 차고 맞은편에 앉았다. 빌린 게 분명한 몸에 꽉 끼는 정장 사이로 엉성하게 조인 지퍼형 싸구려 검은 넥타이가 보인다. 입관을 한 뒤 조금 정신을 차렸다는 그의 말에 ‘다행’이라는 말을 뱉어보지만, 그도 나도 무엇이 다행인지 알 수 없다.

동석한 친구 하나가 이제 이런 곳도 점점 익숙해진다고, 처음엔 어쩔 줄 몰랐는데,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된다고 하자, 맞은편 친구가 그 말을 받는다. 사람이라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그러면서 덧붙인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

또 하루 주어지는 오늘을 살고, 다가오는 내일을 살기 위해 익숙해지고, 무덤덤해진다. 잊으려고 잊는 건 아닌데, 늘 끌어안고 살 수 없어 잠시 옆에 놓아두지만 예전만큼 예민하지 않은 아픔이,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모습이 어느 순간 낯설다.

친구들 앞에서 밥을 뜨는 일이, 이젠 좀 정신이 들었다며 애쓴 미소라도 지어 보이는 자신이 낯설었을, 그래서 스스로가 무서웠을 그를 기억한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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