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세상의 목소리 44

by 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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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내리는 나른한 일요일 오후, 버스 뒤편에 부녀가 나란히 앉았다. 세 살 남짓한 딸이 제 손으로 붙잡기도 힘든 책을 이리저리 뒤적거린다. 색이 가득한 책의 한 면을 가리키며 연습하듯 말을 뱉는다. ‘노앙, 노앙, 노앙~’ 그때껏 무관심하던 아버지는 딸을 바라보며 발음을 알려준다. 몇 번을 정정해도 딸의 발음이 바뀌지 않자 아무렴 어떻냐는 듯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린다. 미소가 곁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단호하지도 않은 얼굴이다. 무심한 그의 얼굴에서 아버지를 본다. 일요일 오후 부녀는 햇살을 맞으며 버스에 나란히 앉았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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