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터지는 순간

세상의 목소리 46

by 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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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은 주변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다. 보도와 찻길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간다. 보도에 깔린 물건을 보느라 한 발짝 다가서다 보도블록이 만들어낸 턱을 인식하지 못한 발이 블록 옆면을 찬다. 순간적으로 몸이 앞으로 꺾인다. 재빠르게 다른 발로 블록 위에 안착하지만 이미 자세는 우스꽝스럽게 엉켰다. 중심을 되찾자마자 친구를 향해 몸을 돌린다. 친구의 시선이 정확히 그녀에게 머물러있다. 눈이 마주친다. 정적. 친구는 방금 일어난 상황을 인지하느라, 그녀는 할 말을 찾느라 둘은 그저 마주 본다. 셋, 둘, 하나. 펑.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진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이 터진다. 일순간 그녀들의 주변은 의미를 잊는다. 그들은 잠시 말을 찾으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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