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진 것도 있고 안 좋아진 것도 있다.
저번에 간 일은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 못 가게 됐다.
아는 작가님을 한 분 뵈었다. 전보다 편안해 보인다고 했다. 불안하고 지루함이 공존하는 마음이지만, 주위 사람들이 내게 여유가 생겼다 말하니 좀 나아지긴 한 모양이다.
건강은 그냥 그렇다. 다시 50킬로 아래로 체중이 내려갔다. 체중이 줄었으니 약의 부작용이 더 쉽게 나타난다. 메스껍고 울렁거려 밥을 안 먹고, 끼니를 챙기지 않으니 살이 빠져 더 메슥거리는 굴레에 갇혔다.
나태해졌다. 매일 하고 싶은 거 없이 하루를 그냥 소진한다. 세상과 연결되고 싶어, 아니. 세상과 단절되는 게 싫어 sns에 나 살아있다고 툭툭 뭘 던져놓는다. 관심병이 도졌나 싶으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돈 들어올 곳이 없으니 불안함과 지루함이 공존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좋은 일도 있다. 없는 돈을 털어 약 2주 정도 서울에 무용 워크숍을 듣고 왔다. 모든 수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울에 가서 신청한 대부분의 수업은 잘 마치고 왔다. 물론 날 달가워하지 않거나 내 체력이 달려 2시간 수업에 30분 움직이고 메슥거려 1시간을
그냥 누워만 있던 적도 있었지만,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아무 것도 못 하는 게 나라는 인간이라.
일단 상황을 만들고 수습을 하든 해결을 하든 해야 한다. 후회도 아쉬움도 있지만 시도하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감정이라 그나마 낫다.
조금 나아졌다. 요새 다시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는데, 세상이든 상황이든 내게 악의가 없다는 말을 되새긴다. 일을 안 가면 글을 쓸 수 있다. 부스러기 집중력을 모으면 연습실은 못 가도 방에선 뽀시락거리며 움직일 수 있다. 이러다 연습실도 가고 퇴고도 더 하고 그러겠지.
미래를 준비하고 위험을 대비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여전히 인간관계는 어렵고 내 앞일은 깜깜해서 모르겠다. 그래도 그냥 지낸다. 매일매일 수습하는 삶이면 어떻고 내다버리면 어떤가. 결국 내가 어질러둔 나는 내가 치워야 한다.
돌아왔다. 이제는 다시 슬슬 세상에 내가 있음을 쓰고 추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