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후 300짜리 일을 거절했다.
왜 그랬는지는 알면서도 모르겠다. 계약은 8년 반. 성과급 따로.
지금 버는 돈. 세전 100.
특출나게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다. 외모가 잘나지도 않았다.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다. 오히려 못 춘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9to6 사무직을 거절했다. 내가 미친 건가.
거절하기 전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월급 한 달만 아끼면 20년이 넘은 세탁기를 바꿀 수 있다. 컴퓨터도 비싼 걸 맞추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도 환경을 조성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해보고 싶던 VR기기도 살 수 있다. 일의 강도도 높은 편이 아닌 것 같았다.
날 빼고 생각해도. 엄마 병원비. 아빠 병원비. 다 낼 수 있다. 저축이란 걸 해볼 수 있다. 면허를 딸 수 있고 차도 굴릴 수 있다. 연애라는 걸 할 수 있는 경제력이 될 지 모른다.
내가 무슨 놈의 배우고 퍼포머라고 별난 인간이라고 이걸 거절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