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by 구연산

불안하다.


해야 할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공연은 2달 남았고, 11월에 해야 하는 공연과 같이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읽어야 하는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헛구역질을 한다. 토한다. 담배를 핀다.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만 두 시간 한다. 침대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를 한 시간 생각한다. 앉아도 누워도 마음이 편치 않다. 안무는 어떻게 해야 하지. 몸을 어떻게 쓰고 어딜 봐야 하지. 세트의 테이프는 뭘 써야 하지.


내가 제작을 한다는 게 중압감을 이렇게 느끼는 일인지 처음 느낀다. 외롭고 불안하고 초조하다. 숙소에 오면 습관적으로 게임을 한다. 재미가 있어서가 아니다. 하는 도중에도 불안하다. 레퍼런스를 뭘 가져가야 하지. 내가 만들고 싶은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손에 잡을 필요가 없는 일을 굳이굳이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 든다. 누가 나를 언팔했지(SNS). 이런 게 뭐 중요한가 싶은데, 나는 불안을 찾아서 손에 있는 힘을 다해 쥐고 있는 기분이 든다.


취침전 약을 지금 꺼내두고 쳐다보다가 적는다. 이걸 먹으면 불안이 약간 가실 것이다. 그리고 곧 졸음이 몰려올 것이다. 그렇게 덮으면? 그렇게 덮어두면 결국 작업물에 진전은 없다.


마지막에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내게 너무 완벽하고 싶다 보니 어떤 일도 손에 잡지 못하는 거라고 했다. 일단 집중이 안 되어도 봐야 할 영화를 틀라고 했다. 그래야 하는데, 난 성인인데 내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요새는 심지어 글을 조금씩 적어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비문이 많다.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어 더 화가 난다.


초조하고 불안하다. 내가 원해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불안할 줄 몰랐다. 남들은 다 나보다 잘 할 것 같은데, 내가 얻은 기회로 대체 무엇을 해야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모르고싶고, 도망치고 싶다. 근데 내가 해야 한다. 나 말고는 해줄 사람이 누구도 없다. 내가 얼개를 짜고 골격을 만들고 살을 붙여야 한다. 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는 없다. 연출,출연,제작이 나니까.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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