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나를 살려야 했냐고, 묻고 또 물었다.
2013년 기억을 다 잃고 죽을 고비를 넘겼을 무렵,
나는 겉만 멀쩡했지 시름시름 앓다 죽어갔다.
7일쯤 후에 나는 눈을 떴는데,
그렇게 다시 숨 쉬게 된 날, 나는 하늘을 원망했다.
아주 간절히도 말이다.
왜 나를 살려야 했냐고, 묻고 또 물었다.
엄마는 눈물 뚝뚝 흘리는 나더러 승현아,
다 때가 있어. 너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난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엄마 나는.. 나는 대체 왜 살렸는데 엄마아..
신이 정말 있다면 내게 이럴 순 없어..
기억은 또 왜 앗아가는데..
잘 살고 있는 사람한테 대체 왜 이러는데.
화가 났다. 슬펐다. 울었다.
진짜 신이 있으면 그럼 내 기억도 앗아가지 말고
우릴 다시 이어지게 했어야지.
이게 말이 돼? 죽을 고비?
내가 무슨 시한부야?
내가 왜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해.
내가 왜 기억을 다 잃어야 돼. 대체 왜!
소울 메이트라고.. 그 사람 내 사람이라고,
근데 기억이 안 나 전혀.
근데 엄마 내 심장이 먼저 뛰어.
나 이제 어떻게 살아.
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해..
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내가 그때 죽을 고비만 겪지 않았다면.
이 시기에 기억 상실증만 걸리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죽일 년이야.
엄마아.. 난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살아도 전생부터 중요한 뭔가를
가득 잃은 느낌이야.
기억이 안 나서 혼란스러워서 차단하고
번호 바꾸고 새 출발 하면 좀 살아질 줄 알았는데.
엄마 나 밥이 안 넘어가. 잠이 안 와..
엄마 나 어떻게 해. 도대체...
승현아, 울지 마.
다 때가 있어. 너흰 다시 만날 거고
소울 메이트도 운명도,
네가 먼저 살아야 그것도 다시 만나는 거야.
하늘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결정하신 거고
너도 소중하지만 걔도 너무 소중해서..
하늘이 지금은 억지로 너희 둘을 갈라놓은 거야.
하늘도 미안해해. 승현아,
엄마. 신이라며.. 으헝.. 신이면은
우리 다시 이어 줄 수 있잖아.
왜 이렇게 날 아프게 해.
나 이제 다신 사랑 못 할 것 같아 다시는.
승현아, 이 정도 풋사랑으로 너 그러면 안 돼.
많은 경험을 해봐야지. 시야를 더 넓혀.
그리고 너흰 거울 같은 사이야.
근데 그 거울이 준비가 안 됐을 땐,
그 거울의 빛이 서로의 눈을 다 멀게 해.
하늘은, 신은 너희 둘 다 소중했던 거야..
그러니까 살자 승현아.
너 이번에 하늘이 진짜 살려준 거야..
귀하게 여겨. 감사히,
너 이대로 가면 진짜 최소 혼수상태였어.
그 말은 죽을 수도 있었는데 하늘이 널 예뻐서
아직 이 생에 과업이 남아서 널 살린 거야 승현아.
날.. 날 대체 왜 살려.
그냥 죽게 내버려 두지.
기억도 없고 그럼 나는 대체 어떻게 살아. 엄마..
혼수상태에 빠지면 영혼이 다신 못 돌아올 곳으로
갈까 봐 너희 둘 아직 인연이 끊기지 않았고
서로 과업이 남아서, 널 살려놓으신 거야 하늘은.
난 다른 건 다 모르겠고 기억도 없는데.
내가 뭘 어떻게.. 어떻게 살아 엄마.
전생에서부터 소중한 내 낭군님을
다 잃은 기분이야.
심장이 뻥 뚫려 피철갑하는데 대체 어떻게 살아.
나 너무 아프단 말이야 엄마.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살고 싶어 사실은 근데 기억을 못 하니까
정말 죽을 것만 같아.
기억은 하늘이 때 봐서 꼭 돌아오게 하실 거야.
승현아 절대 영원히 기억 못 하지 않아 너.
엄마.. 아이러니한데, 이 시기에 기억까지
다 했다면 나 진짜 힘들어서 죽을까 봐
너무 아플까 봐.
그래서 하늘이 잠시 내 기억을 앗아가셨나 봐.
너무 아프지. 너무 사랑했던 기억이라,
근데 그 기억 내가 잠시 앗아간다.
네가 잠시나마 덜 아프기를..
뭐 이런 건가.. 난 어떻게 살지 앞으로?
뭘 어떻게 살긴 이제부터 잘 자고 잘 먹고
쉬고 그렇게 살지.
걔랑 다시 만났을 땐 네 기억도 찾고
더는 아프지 않을 거야 승현아.
이 시기만 좀 잘 넘기자.. 부디
엄마의 말은 정확히 12년 뒤 2025년 5월 말쯤,
이루어졌고 나는 그 죽을 고비도 넘고
내 기억도 이제야 찾았다.
하늘이 원망스럽던 그때와는 이젠 사뭇 다르다.
하늘은 내가 정말 예뻤나 보다.
나를 이렇게 살리셨다.
나를 죽을 고비, 기억상실에서 다시 살게 한
그 하늘은 마치 내게 자 너부터 살아,
그래야 다시 만날 수 있어 너희 둘.
라고 간절히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난 다시 만나면 이젠 하늘 빽 있으니.
알아서 해주시리라 믿는다.
알아서 내게 다가오고 알아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펼칠 그 장이 하늘이
날 너무 아껴 이렇게 아껴두신 거였구나,
참으로 감사하다.
나를 이렇게 살려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