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에서 헤어졌든 간에 어떤 이별도, 사실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힘들고 지치고, 아프고 슬프고, 마음 찢어질 만큼 아픈데 또 마음이 가난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게 싫다. 그리고 그게 몹시 슬프다.
나는 이별 후 내가 아픈 게 정말 싫었다.
몸살감기라면 당장 독한 항생제와 해열제 그리고 주사면 나을 텐데..
이건 그 정도로 나아질 열병이 아니었다.
5년간 만나면서 만나고 헤어지고 여러 차례 반복하긴 했어도
우리에게 영영 끝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적어도 우리는다를 거라고
적어도 우리는 특별할 거라고
적어도 우리는 숱한 이별과 아픔을 견디고 함께일 거라고
결혼식장에서 딴딴따딴 하는 멜로디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행복할 거라고, 영원히 함께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난.
하지만 나는 못 되고 나쁘게도 헤어진 뒤 바로 누군가를 만났다.
소개팅도 했고 새로운 사람도 편하게 만났었다.
그렇지만 이별 초기엔 마음이 자꾸만 돌아가 5년 만난 당신과 누군가를 비교하며 만나는 날 발견했고 그런 내 모습이 너무나 싫어서 누군가를 만나는걸 그 자리에서 바로 관뒀다.
그러고 나서 알게 됐다. 아직은 누굴 만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솔직하기로 했다. 내 감정, 모든 마음에.
올라탄 버스에서 네가 생각나 눈물이 나면 참지 않고
그 자리에서 흐느껴 울었다. 물론, 소리를 크게 내진 못 했지만. 음악을 듣다가 너와의 추억이 생각나면 내가 울어도, 눈물이 많이 흘러내려도, 바람에 흐느낀 내 눈물이
바람결에 다 마를 거라고 생각하고 엉엉 아이처럼 참 많이도 울었다. 내 눈물은 수도꼭지 같아서, 대중교통, 집 밖에서 엉엉 흐느낄 때면 생각보다 눈물이 끊어지지 않아서.
날 항상 당황시키곤 했다. 생각지도 못 한 포인트에서 늘
눈물은 흘러내렸고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그렇게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을 때도 참 많았다.
많이 울고, 많이 아프고 많이 슬프고 그 후에, 내 삶이 한 조각씩 보이기 시작했다. 너와의 행복했던 한때를 이젠 추억할 차례다. 많이 아파하고, 감내하고 쓸쓸하고 힘들고 지친 내 마음을 다 덜어내고, 털어 버렸으면 이젠 그때 당시 영원할 거 같았던, 그 감정들을 마주하며 설레어하고 행복해하고 기뻐하고 즐거웠던, 어쩌면 미화된 내 기억의 그 한때를 내 나름대로 잘 추억할 차례다.
잘 추억하고, 미화된 기억을 객관적으로 바로 잡아주고
그러고 나서 늘 그랬듯이, 솔직하게 일기를 적고
감사일기를 기록했다.
이걸 매일매일 빠짐없이 했다. 헤어졌다고 웅크리고 자존감 떨어지고 자신감 없는 내가 되기는 싫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받았던 모든 상처이자,
사랑이자, 당시 기쁨이고, 설렘이며 선물이었던.
모든 걸 버리기도 했고 또 당신에게 모조리 보내기도 했다.
영화 연애의 온도를 보며 현실 연애라며 친구와 혀를 끌끌 찼다. 아마 그게 8년 전이니, 내가 이리 깊고 진한,
현실 연애를 하게 될 줄 과연 누가 알았을까. 커피 향 나고 예쁘고 단단하기만 할 줄 알았던 우리의 연애가 모조리 끝났다.
당신에게 불러 주려고 했던 노래도,
프러포즈도, 당신을 위한 책도.
모든 게 물거품이 됐지만,
나는 당신에게서 지나칠 만큼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다시는 이 만큼 마음 못 줄 거야, 싶을 만큼 큰 마음을
당신에게 선물했다. 그걸로 됐다. 우린 누가 봐도 사랑,
그래. 사랑! 사랑.사랑을 했었다.
당신에게 끝으로 참 고맙다.
내 손을 잡기에 급급했던, 사람들과 달리 내 손등에 자그마한 상처라도 있으면 약국까지 뛰어가 마데카솔을 사서 직접 내 손에 발라주던 그 다정함도,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일절 안 하려 했던 그 배려있는 마음도, 내가 좋아하는 건 모조리 내게 양보하던 그 사랑스러운 큰 마음까지. 모두 기억하겠지만,그 기억은 이제 추억이 되어 큰 힘이 없으므로.
당신이 좋아하던, 내 글에만 그 추억을 문득문득 꺼내 쓰려고 한다.
언젠간 출간될 내 세 번째 차기작도,
입봉 준비 중인 내 대본도. 당신이 문득문득 등장하겠지만!
참 다행인 건 당신이란 사람이, 이젠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만큼 당신을 잊었다는 게 참으로 하늘에게 감사할 일이다.
당신 입장에선 5년이나 만났는데 어찌 내 얼굴을 잊어? 라며황당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슬퍼해봤고, 충분히 울었고 내 가슴이 다 찢어질 만큼 아프고 힘들어해 봤고 그래서 나는 전혀 후회가 없어.라고 당신에게 감히 전달하고 싶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날 수는 있어도 당신에 대한 건 이제 더는 미화된 추억이 아닌, 이성적이고 현실적이고 냉철하게만 보여서. 그래서 문득 이별 노래를 들어도 아무렇지 않고
지금 난 너무 좋다고.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준 예쁜 마음, 그 사랑! 지금 내 남자 친구에게 더 베풀고 표현해볼게.
당신이 그랬듯이, 아니 그보다 20배, 30배는 더 잘 표현하고 베풀려고 노력해볼게. 그러니까 당신도 현재 여자 친구에게
10배, 20배만큼 잘해줘. 그리고 나 더는 생각하지 말아 줘.
그동안 날 많이 아껴줘서 고맙고 둘 다 많이 힘들었으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행복하자, 네 행복을 빌어
정말 안녕! 안녕, 안녕. 먼 훗날 길거리에서 네 여자 친구와 지나가는 널 본다고 해도, 그리고 내 손을 꼭 잡은 내 사랑스러운 남자 친구와 함께라고 해도. 나는 모르는 척 지나가거나, 네가 인사를 하면 그래. 잘 지내 안녕.라고 가볍게, 기꺼이 기쁘게 대답하고 지나쳐서 남자 친구와 장난치며 걸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만큼 널 다 비워내고 잊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