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는 사주를 봐주시는 아저씨께서 소설을 쓰시는 건 줄 알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땐가 집 근처인 둔산동 일대를 지나가다가 천막이 쳐진 타로와 사주 보는 아저씨가 계셨는데,
그때 내 발길이 그쪽에서 딱 멈췄다.
지금에서야 깨달은 건 보통 사주
철학원이 아니었다는 것.
신점, 영타로 뭐 그런 곳이었다.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기에 그냥 궁금증에
친구와 자리에 착석했을 뿐.
"학생, 학생은 연예인 사주야.
사람이 정말 많아 인기도 많고.
앞으로 더 많이 힘들 거야.
그때마다 사람 필터링 잘해서 잘 버텨 꼭.
나중에 멋진 예술가가 되겠네."
저.. 선생님 할 건데요?
너무 소름이 끼쳐 다른 장래희망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아저씨의 그 말이 참 인상 깊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가와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 하셨던 말.
내 마음은 기댈 곳도 없고 정작 도움만 주고
절대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다고.
2013년에 귀인을 만난다고 하셨다.
서로 귀인, 스파크가 아주 튈 거라고.
죽을 고비를 넘길 수도 있으니 부디
몸 조심하라고 당부하셨다.
죽을 고비 다 견뎌도 아파도 힘들어도
학생 무조건 버텨. 좋은 날 반드시 와라고 하셨다.
앞으로 내가 받는 복은 내가 고뇌한 그 시간들에,
그 이상의 복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남편에 대해 물었다.
잘 생겼어요?
아저씨는 준수하다고 말씀하셨다.
키는 작다고 했고.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외국인이에요?
한국인인데 타국에 살다가
한국을 아주 오래간만에 돌아온다고.
그때 만나겠네 하셨다.
아직 안 만나서 모르겠어요.
곁에 그런 사람도 없고,
결혼은 언제 해요?
내가 이것저것 물었는데.
아저씨는 둘은 만났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겠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좋아하는데 대체 왜 헤어지는데요?
어이가 없었다.
고등학생의 눈에는 잘 이해가 안 갔다.
둘은 하늘이 갈라놔.
때가 아니라서,
남편은 준수하고 스마트하고
착실한 사람이야.
본인 밖에 몰라,
근데 이혼 후 재판을 겪고 결국 본인에게
달려오겠네.
아저씨.. 무슨 얘기세요? 이혼이요?
재판이요? 이거 소설이죠 에이.. 말도 안 돼.
나는 울면서 말했다.
학생, 학생은 정말 여리고 영혼이 깨끗하고
맑아 그런데 세상은 절대 그렇지가 못 해.
그러니까 우울증 조심해.
우울증이 생겨도 그건 못된 세상 탓이지.
여리고 맑고 깨끗한 학생 탓이 절대 아니야.
이런 사람은 환경만 잘 주어지면 잘 살아 아주.
그때가 오려면 좀 걸려 많이 힘들겠네 학생.
그리고 둘은 하늘도 미안해하는
꼭 현생에서 만나야만 하는 인연이야.
이혼 후 재판 과정을 겪고 본인에게 다시 돌아와.
그땐 달려와 아주.
그 사람은 사랑이 필요해.
모진 풍파 다 견뎌 본인만 한 사람이 없어서
진짜 인연이라서 그거 다 느끼고 달려오는 거야.
울면서,
이혼했다고 절대 이상한 게 아니고.
진실된 인연이면 겉모습이 어떻든 다시 만나거든?
그러니까 마음의 눈으로 봐 학생.
그 사람이 오거든 쭉 행복할 거야.
진짜로 그때부턴.
죽을 고비 견뎌 그때까지 잘 살아있으면
이번 생에서는 다신 헤어지지 않을 거야.
정말이야. 이젠 영원히 헤어지지 않아.
나는 울었다.
재판 과정을 겪어야 할 내 미래의 배우자가
안쓰러워서 해줄 수 있는 게 난 없어서.
그리고 또 울었다.
난 왜 이혼한 사람이 다가오는 건데요.
왜 결국 인연이 그런 건데요.. 억울해.
평범한 사람은 왜 없어 잉..
그리고 아저씨.. 저 이혼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은 뭐든 다 이젠 나랑 처음이 아니잖아요. 그게 억울해 에 히잉..
그 사람은 재판이 끝나고 전력질주해 숨이 차게
나를 향해 달려온다고,
그 사람은 자기 속 얘기 할 사람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라고 그 사람은 더는
날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에게 전력질주 한다고,
그게 그 사람에겐 마지막 기회라고.
천막을 나와서는 에이.. 미친 건가? 했는데
아저씨는 미리 조심하라고 좋은 말씀 또한
담뿍 많이 해주셨다.
성인이 되어 보니 아직 재판 빼고는
다 이루어진 셈이다.
그리고 재판 또한 고등학생 땐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었다.
재판이면 그거 그냥 외도 아니에요?
아니었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어서 돈을 정확히,
나누려고 그래서 내 남편은 재판을 끝내고
결국 나에게 달려온다?
그때는 사주를 봐주시는 아저씨께서
소설을 쓰시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나 역시 명상을 할 때 보이는 심상이 같았다.
비록 내가 대신 아파해줄 순 없지만,
그 사람은 나라는 산을 넘어와야 한다고 했다.
그게 필연이라고. 그게 바로 운명의 조건이라고,
내가 나라는 산을 넘어 그 사람에게 갔더라면,
나는 이미 저 세상 목숨이었을 것이다.
아저씨의 말씀처럼,
아마도 하늘은 우릴 꼭 만나게 하려고
하늘은 아주 공평하니까,
나보다 힘 있는 자가 다 내려놓는 모습을
다시 털고 0부터 1 하고, 천천히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나 보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버리고 나라는 산을 넘어 그에게 가세요.
라는 미션은 내 목숨이 댕강, 아주 위험한 일일뿐.
반대로 다 버리고 숨만 하나 들고 달랑
저 산을 넘어 자 전력질주 하세요.라고 하면
적어도 그 사람은 나보다 전력질주 할
힘이 있으니까 결코 죽지 않으니까,
우리를 만나게 하는 하늘은 과연
지금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영혼이 항상 굶겨있는 자 vs
마음이 헛헛한 자 하지만 이겨내는 자.
딱해서라도 슬퍼서라도,
그렇구나.. 우린 다시 만날 수밖에.
이혼을 했다가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쉽지 않은 재판을 겪었다고 그게 그 사람의
가치를 낮추진 않는다.
내 기준에선 제일 멋졌던 사람이니까,
이젠 그 사람도 본인이 그어놓은 새장 속을 벗어나
다른 세상도 있다는 걸 정확히 잘 알아야지.
나한테 오기까지 얼마나 앓다가
얼마나 사랑에 굶주리다가 왔겠어 이제야..
남편이 오면 꼭 안아주세요.
사랑이 많이 필요한 상황일 거에요라고 한
아저씨의 말대로 내가 줄 수 있는 건
그저 사랑뿐,
p.s 아저씨가 그러셨다.
본인은 세상이 다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옆에서 친구가 공감하며 얘 진짜 안 변해요.
완전 진국이예요. 했다.
그냥 남편 곁에 있어주세요.
이번에 만나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알겠죠 학생?
남편이 참 복이 많네.
본인 같은 사람도 만나고라고 말씀해 주신
아저씨께 정말로 감사드린다.
실로 나의 운명을 더는 미워하지 않고
억울해하지 않게 되었으니 정말 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