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폭력을 당했다.

- 내 동창의 동창이라는 이유로 아닌 건 아니라고 단호히 말했단 이유로.

by 이승현

그날은 정확히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파서

야자를 뺀 날이었다.



연주에게 듣는 정황은 이랬다.

내 동창의 실업계 고등학교 (미용고)



친구가 우리 학교로 놀러 왔고

파마와 염색, 그리고 진한 아이라인.



그 겉모습 하나에 내 동창 연주라는 아이까지

그런 애로 그들이 몰아갔다.



그래서 다음날 난 당당하게 말했다.

야,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너 연주한테 사과해야 하지 않아?



왜냐면 실업계든 인문계든 그냥 고등학교일 뿐이고

다 겉모습일 뿐인데..



내 동창에게 야 네 친구 술 집 다녀?

너도 술집 다니냐?라고 갈갈이가 별명이던 그 애가

지극히 선을 넘었기 때문에.



그 애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며칠 뒤 나까지 싸잡아 그런 애로

입에 담지 못할 소문을 냈다.



반 아이들은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

반장, 그리고 같이 놀던 무리까지

우릴 그런 애로 봤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했다는 이유 하나로,

제주도 수학여행에 갔을 땐 늘 내게 전전긍긍하며

선크림 빌려줄까 먼저 그랬던 애가,



한 두 명이 아녔다. 그 무리가 거의 한 열댓 명?

우린 육체적 몸만 안 얻어맞았을 뿐.



그 소문은 돌고 돌아 전교 다른 반 애들에게도 꽂혀

팩트 체크 없이 그게 사실인양 되어 있었다.



소문이라는 게 그렇게 무서웠다.



입에 담지 못하는 술집, 원조교제,

더 한 것도 많았다.



그걸 반 아이들은 믿기보단 믿음 여부와

다 상관없이 방관했다. 담임까지도,



그렇다고 부모에게 말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 부풀려진 소문에 내 동창이 밉기도 했다.

왜 나 없는 야자 쉬는 시간에 그 친구가 와서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지만 대체 왜..

말도 안 되는 여러 소문들이 전교에

다 소문날 정도로 퍼진 거냐고.



한 없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때,

그 친한 동창이 교통사고가 났다.



다리, 무릎을 다치고 물혹까지 다 찼다고.

나는 진심으로 걱정했는데,



다들 학교 나오기 싫어서 걔 꾀병 아니냐며.

웃으며 말하는 게 아닌가?



사고였다고 사고, 교. 통. 사. 고..

소름이 끼쳤다.



남의 아픔에 공감은 못 해줄망정

어떻게 저렇게 말해 나쁜 것들,

찢어 죽일 것들..



나는 사실 그 동창인 친구가 없으면

고 1 때 내 맘을 알아줄 이가 도통 없었는데..



우울감과 자괴감이 가득 와

내가 왜 나를 증명해야 해?



저 헛소문은 내가 아닌데..

살아내기로 그렇게 결심하다가도



그 소문이 그 풍파가 너무 커 난 그저 자퇴할까?

아님 죽을까 어린 나이에 많이도 고민했다.



그 동창 친구가 입원해 내게 말했다.



야, 우리가 솔직히 뭘 잘못했냐!

이유 없이 괴롭히고 왕따 시키고.



그리고 전교에 소문낸 걔들이 잘못이지.

최고의 복수는 잘 사는 거야.



솔직히 반 갈리고 2학년만 돼봐.

걔네 우리한테 아무것도 못 해.



이 꼴등 반에서 무리끼리 다 모여있으니까.

지금은 힘이 있어 보이지. 걔네 아무것도 아냐.



야 이승현, 무조건 버텨.

내가 없어도 넌 혼자가 아냐.

혼자라고 생각 말기.



나는 학교에서 눈시울을 붉히다

혼자 조용히 울었다.



그 문자를 보고,



성인이 되어서도 종종

김보경- 혼자라고 생각말기

이 노래를 듣다 울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갤러리아 타임월드에서

서비스직을 하고 있었을 무렵

누구보다 일찍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무렵,



학교폭력 그 무리 가해자들 중

몇 명을 백화점에서 만났다.



나는 그들을 봤고 그들은 날 못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얼굴이 예쁘든, 키가 크든 집안이 좋든

너나 나나 똑같이 백화점에서 일하면



내가 더 성공한 거 아니냐.

얼굴 더 악독해진 거 좀 봐라 아휴!



p.s 훗.. 네들 망했어! 나 좀 또라이 거든.

네들 얼굴, 이름 하나같이 다 기억해.

(얼굴, 이름 잘 기억 못 하는 그런 내가..)



아빠가 목사라 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개념 없는 너도,



네들 잘못 걸렸어 나한테.

나 개야. 한 번 물면 절대 안 놔.



내가 얘기했지.

네들 이름, 얼굴, 한 짓 다 기억한다고.

내가 살아 있는 한 꼭 드라마로 만들어줄게.



가장 소름 끼치고 무서웠던 건 다중인격이던

네들보다 착하디 착한 반장,

그리고 모든 반 아이들, 담임.



다들 나랑 상관없어 믿음 여부와

상관없이 그 일을 그저 방관하던 사람들.



내 일이 아니니까,

아무렴 어떻게 되든 알바야?



그때 나는 믿었다.



세상은 고운 모래알 하나가 아니라

아주 더러운 흙탕물이구나,



이것들이 나를 또 끌어내리려고 해도

나는 이 모래알을 고통 속에 입으로

삼키며 꾹 다짐했다.



나는 성인까지 무조건 버텨서 내내 힘을 길러내,

세상의 모든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한없는 응원을,



가해자에게는 권선징악에 따른 응징이

뒤따를 수 있도록 아직 세상이 차마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언젠가는 권선징악이라는 말에 맞아떨어지게

착한 사람은 복을, 나쁜 사람은 벌은 받는



그런 사회가,

그런 세상이 되길 바라며.



나 저 드라마로 비로소 칼 갈았어!

기대해 얘들아.



네들이 한 짓 드라마로 봐. (웃음)

네들 애기랑 같이 파이팅!



그런 세상이 당장 될 수 없다면 그런 세상을

나 먼저 바라고 따뜻해지기로.



- 독자의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어

굳이 학교 폭력을 다 묘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일부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