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살, 내가 처음 배운 사랑.
결혼 정보회사 상담까지 사실 올봄에 마쳤다.
그래서 이제 완납을 하려고 하는데..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문득 싶어졌다.
뻔히 아는 내 인연은 정해져 있는 걸 다 아는데,
내가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려고 한 진짜 이유는
내가 돈이나 명예 권력 그 나부랭이에,
흔들리나 안 흔들리나 날 한 번 시험하고 싶었다,
그런데 결혼정보회사 매니저님은 내게
어떤 사랑을 하고 싶냐고 넌지시 물으셨다.
저 23살 때, 그런 순수한 사랑하고 싶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하하하..
하는데 그분이랑은 왜 헤어지셨어요?
그렇게 좋은데,
그분은 어떤 분이세요? 하시는데.
내가 점점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 이유를
더는 찾을 수가 없는 거다.
계속 그 사람의 비슷한 환경, 성향, 이미지를
원하고 있었고.
그리고 또.. 두 분이 왜 헤어지셨냐
그렇게 좋아해 놓고.
아 그러게요. 하하 겉으론 활짝 웃는데
마음은 내내 울고 있었다.
그때 아.. 내 마음의 소리가 가득 외쳤다.
그땐 기억을 다 찾기 전이라서,
아.. 하늘이 갈라놓은.. 건가 아니지.
내가 죽을 고비를 겪어서 내가 아파서인가?
아님 뭐지? 나도 모르겠네요. 매니저님,
그저 더 입도 뻥긋할 수가 없었다.
12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현재 같을까?
나는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해 봤자
흔들리려야 더는 흔들릴 수가 없겠구나.
너의 그 빈 그림자에, 희미해진 기억에
내내 기억이 짜증나게 선명해져.
몇 백 밭에 다 갖다 뿌리느니.
그냥 내 시간을 기다리자.
어차피, 성질이 나 반대로 해봤자
내 성격상 연애는 분명 거기서
절대 시작되지 않을 거고.
시작된다고 해도 미안하게도,
그 사람 그림자만 쭉 훑는 그림자 사랑으로
아마도 그건 진한 관계로는
더는 이어질 수 없을걸 나는 잘 알기에.
여태껏 누군가랑 사랑하며 진한 관계 또는
진한 스킨십이 되려고 하면 내가 기억을 잃거나,
육체적, 정신적 죽을 고비를 매번
넘기고 말았으니 이번에도 그냥
재밌겠다!로 시작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기엔 장점보단
내가 다칠 넘어야 할 산이 넘쳐나는
고로 굳이 죽을 고비를 선택해 넘기면서까지.
연애를, 결혼을 몰랐으면 몰랐지.
생사를 넘기면서까지 다 아는데,
내 인연 다 정해져 있는데
반대로 막 만나려는 그 순간.
내게 육체적, 정신적 죽을 고비가 다가오는데.
미쳤다고 밭에 몇 백씩 돈을 뿌릴까.
진짜 결혼할 맘도 채 없으면서,
정신 차리자.
영혼이 공명하지 않으면
넌 절대 마음 안 열어!
그거 다 알고도 무슨 소개팅이고, 결혼정보회사야?
네 남편 오려면 아직.. 멀었어.
오면 말해줘야지, 다른 사람 만나려고 하면
갑자기 죽을 고비가 와서
내 온전했던 기억을 다 잃고.
픽픽 쓰러지고 또 기억을 못 하고.
그래서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밤하늘의 별빛처럼 보냈어.
난 안 기다렸어. 내 남편,
내 시간 다 내 거! 정말 행복했어.
나의 때를 기다리는 게,
기다린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
결혼정보회사도 마다해,
들어오는 소개팅도 다 마다해.
번호를 묻던 어떻게 다가오던
그 사람들도 다 마다해.
이런 나를 만나게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
네가 기다린 덕에 날 만날 수 있었어.
나는 늘, 소나무처럼 그 자리에 있었어.
우뚝, 우두커니 그저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