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동안 나를 갉아 없애가면서 사랑을 애써 증명했다.
다들 너는 남자친구 안 좋아하는 거 같아
라고 하길래,
나는 그동안 나를 갉아 없애가면서
사랑을 증명했다.
내가 없어져가면서 나도 그 사랑에,
노력하면 세상이 다 알아줄 줄 알았다.
근데 돌아오는 건 언니, 누나 그건 사랑이 아냐.
그냥 애쓰는 거야. 누나 혼자,
그건 연애가 아냐.
엄마조차도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다 알면서도 내가 부서져가며 더 노력하지 않으면
내가 없어져가면서 노력한 이 사랑이,
사실은 껍데기뿐인 걸 잘 알아.
근데 모르는 척했어 내내,
내가 또 알아버리면 더는 운명을
거스를 수가 없어서.
엄마의 말도, 사주도,
본인은 연애가 잘 안 될 거란 그 말도.
연애를 해도 재난영화 찍을 거란 그 말도.
멜로가 도통 안 된다는 그 말도
단 한 사람과만 몸도 마음도 다 나눌 수 있단 말도,
그게 너무 구슬프게 억울해서.
아니야, 내가 하는 것도 다 사랑이야.
나도 제가 준만큼 주려고 지금 계산했어.
이벤트도 애썼고 준만큼 돌려주려고.
발 동동 거렸어 나도 애썼다고 다,
이것도 제발 사랑으로 인정해 줘.
안 그럼 내가 없어져가며 한 그 사랑에,
현타가 와 아무도 그냥 다 만나기 싫을 것만 같아.
근데 운명이 왜 나만 있어? 엄마?
왜 나만 반지 끼라고 해?
왜 나만 네 번째 손가락에 남자친구가 생겨도
왜 반지 빼지 말래? 왜 나만..
조상까지 내가 어여뻐서 집안 대 집안으로
전생부터 합의한 인연이 왜 대체 나야?..
은태는 잘만 만나는데..
같은 집안인데, 왜 나만..? 억울해.
왜 나만..
억울했다. 나 역시 슬퍼서 그랬다.
속 마음처럼 막 살진 못 해도,
그 운명을 내가 느끼기까지
딴 사람을 만나며 연기라도 해서
운명은 세상에 없어, 내가 다 바꿀 거야.
웃기지 마.
전생에 한 혼인 다 번복할 수 있어 난.
그러니까 현생에 누가 또 나랑 살고 싶다고 하래?
그거 난 절대 동의할 수 없어.
그렇게 열이 났다.
전생이 기억나기 전까진,
기억이 나고 난 울고 또 울었다.
하늘을 보며 기도했더라 내가.
온 생을 돌고 돌아도 전 이 사람과 살겠습니다.
전 이 사람 밖에 없어요.
다른 선택지를 준댔는데 하늘은
내가 너무 힘드니까,
그거 가지라는데 전 됐습니다.
그건 필요 없습니다.
사양할게요. 전 괜찮아요 정말,
힘들어도 현생에 제가 다 버티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도 내 영혼이 분리될 때,
내가 죽을 때 서럽게 울며 영원히 사랑한다,
가슴이 사무친다, 다음 생에 찾아가겠다.
그래서 그게 너무 절절해서 서로
영혼을 걸고 계약이 체결된 거라고 난 들었다.
온 생에 너뿐이다,
그 말하지 말지 죽는 사람 앞에서.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지게,
그래서 목숨을 담보로 빌었다.
하루를 더 산다면 다시 태어난다면,
또 그 사람과 살겠다고.
그래서 사주 궁합을 보면 서로 인연이
전생부터 아주 길다고 했다.
꼭 한 번은 풀어야 하는
꼭 한 번은 만나야 하는 귀하디 귀한 인연.
나도 모르는 척하고 싶었는데 내내,
내 운명 따윈 다 없다고.
근데 이상하게 평범한 사랑이 안 됐어.
서로 귀문관살, 화개살 등등이 있어
서로를 잘 느끼실 거예요.
그걸 듣기 전엔 다 경험해서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내 소울 메이트가 있는 게 맞고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사실상 없고.
기다려야 한다기에,
난 마음먹었어.
이번 사랑은 증명 아니고 그냥
내가 살아내는 사랑을 한다고,
그냥 느린 나를 네가 와서 기다려.
난 안 기다려.
아쉬운 사람이 먼저 우물 파는 거지 뭐.
그리고 우리가 27년 제대로 다시 만난다고 해도
넌 나를 그때 제대로 잡지 못 한다면
나는 이제 소울 메이트랑 잘 정리하려고.
누굴 만나도 속은 좀 공허해도
난 한치의 후회는 없을 것 같아,
나를 놓치든지 안 놓든지,
둘 중 하나만 거 알아서 해.
나는 이제 뭐 아쉬울 게 없어.
후회도 없어.
나를 먼저 잡는 사람이 그냥 임자가 아니라
온 마음을 다 들고 오는 사람한테
난 시집갈 거야.
그리고 돈, 명예, 권력이 아니라
껍데기를 다 벗겨내 민낯으로 순수하게
내게 올 수 있는 사람.
난 그 사람 만날 거야.
p.s 나한테도 얼마나 능력 있고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가 자기 가치를 자랑하며
막 다가왔겠어?..
근데 난 그런 건 썩 지겨워서.
껍데기뿐인 실체 없는 사랑.
이제 더는 안 하고 싶어 나는,
그리고 그거 알아?
내 사주는 나중에 천복을 받는 사주래.
내가 엄마더러 내 소울 메이트는
연애도 다 하고 전생에 왕인데..
그럼 결혼도 다 하고
나 혼자 지금 독수공방 하라는 거야?
너무해..
키스도 안 돼, 진한 스킨십도 안 돼.
짜증 나 억울해.라고 하자
엄마는 그걸 네가 만약 다 이기면
너는 하늘이 주는 큰 복을 받는다.
나중에 라고 말씀 하셨어.
이게 나야.
이길 수 있을진 솔직히 잘 몰랐는데..
이겨 버렸어.
근데 말이야.
딱 한 마디만 할게.
네가 그 시절 나보고 누난 예쁘고,
착하고 그리고 인기도 많고.
그래서 네가 막 불안하다고 했지?
길거리에서 내 손 꼭 잡고 고백하면서,
그래.. 뭐 내가 딱히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닌데.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주변에 남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소개가 계속 들어오는 것도 맞고.
사람이 내게 안 다가오는 것도 아니니.
그러니까 너 좀 불안해 봤으면 좋겠어 이번엔,
내가 힘들었던 것 딱 반에 반 아니
3분 1이라도 느껴봐 뼈저리게,
내가 이제껏 소개팅 거절하기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절절하게 내 운명처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마음이 다 삭은 걸레 조각이 될 때까지
마음이 다 헐 때까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참은 줄 알아?
그래 내 마음이 다 헐었어.
다 얼어붙었다고,
너는 이걸 좀 알아야 해.
난 내 마음이 다 삭아 나가떨어질 때까지,
헐어 피 흘릴 때까지,
얼어붙어 열리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참았어.
그럼 이제 네가 한 번 열어봐,
다시 돌아오는 날 나도 궁금하다.
다른 남자 품에서 내가 웃고 있을지,
네 품에서 활짝 웃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 (웃음)
나는 무지 궁금한데,
BGM 길구봉구- 모든 계절은 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