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데 나는... 그동안,
엄마는 전생의 그 왕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22살 때쯤 반년 간 같은 꿈에 난 시달려야 했다.
말을 타고 와서는 내 앞에 갑자기 내리더니,
내게 꽃을 꺾어와 꽃을 주고.
내가 왔다, 내가 왔다니까.
왜 기억을 못 하느냐. 왜 나를 모르느냐.
아오 그만 좀 해.
여긴 조선시대 아니고 현생이라고.
전생 꿈 진짜..
열받네..
근데 쟤 자꾸 말이 짧다..?
네가 뭔데 내게 말을 놓냐,
사랑하는 정인에게 얼씨구?
넌 늦었어. 나 이미 남자친구 있다고.
늦어놓고 말을 다 놓는 다라..
내 소울 메이트 설마 왕인가 에이~
절대 그런 건 아녔으면 좋겠다.
내 인생이 그럼 너무 살기 힘들어질 거 같아.
엄마! 근데 내 소울 메이트 왕인가 봐.
6개월 동안 얘가 말에서 내려서
꽃 주고 말이 짧아..
옷은 윤기 나고 비단 같은? 엄청 비싸 보이고.
내내 반년 간 난 이 꿈에 시달렸다고.
나중에 전생의 내 모습이 온전히,
기억나기 전 엄마가 봐왔던 그 신점을 통해
그의 존재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덧붙였다.
그 왕을 절대 미워하지 마.
전생에서 체면, 집안 중시하는 집에서
태어나서 그래.. 마음이 막 나쁜 사람은 아냐.
그 사람도 현생까지 그게 이어져,
계속되는 거야 그냥 불쌍한 사람이야.
안쓰러워해줘.
집안에 의해 희생된 거니까.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왕이라며! 무슨 바보야?
현생은 다르게 살면 되잖아.
주체적인 자기 의지를 가지고,
왕씩이나 되면서 현생에선 용모 단정하고
훈훈하고 뭐 명문대생이거나 딱 이러겠네.
근데 자기 인생 하나 자기가 어쩌지 못해?
싫어.. 나 아무리 내가 한 약속이어도 난 안 만날래.
답답하고 비현실적 장르 내 취향 아냐.
엄마는 약속된 예언이라고 했다.
다 하늘의 뜻이라고 인간이 사사로이
그 뜻을 거스를 수는 없는 거라고.
그럼 그 뜻 내가 거스를래.
하늘이 나 힘들까 봐 내 운명에
다른 선택지도 얹어준다고 한 것,
내가 다 됐다 한 거니까 후회는 전혀 없는데
나 힘들 때마다 계속 생각날 거 같아.
그리고 현생까지 업보랑 과업이,
전생에서부터 다 이어지는 거면 그건 절대 못 끊지.
내가 왜 그런 멍청한.. 아니 자기 인생 하나 없는
착해빠진 왕이랑 살아야 해? 난 싫어.
무모한 거 딱 질색,
다른 선택지, 내가 안 받는다고 한 거
그건 다 맞는데..
나 그냥 양반집 도련님 만날래. 현생에서,
왕을 만나는 건 내가 죽을 고비 같은 것도
또 다 넘겨야 할 것 같단 말이야..
그건 너무 불공평해..
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소중해.
이해 못 해. 현생에서는 또 다르다고 해도
이젠 비극이 아니라고 해도
싫어.. 현생에서도 또 날 배신한다는 거잖아.
다 싫어, 미워.
그러니까 왜 나랑 또 산다고 해.
그 왕도 밉고 나랑 인연 짝지운
하늘도 다 미워. 짜증 나 다.
다른 사람 만날래.. 나 엄마
전생 예인 시절 서경덕 선생 같은 분을
남편으로 맞았어야 했는데 진짜,..
라고 하면 엄마는 그건 네 가슴이
절대 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만난다는 그 말에 나는 울었다.
그땐 하늘도 너무 해.
그냥 만나게 하시지 왜.. 했다.
근데 2013년에 내가 너랑 이별의 순간을,
직감하고 하늘이 갈라놓으려는 것.
다 직감했다고 다 안 다고.
그럼 난 도저히 헤어지잔 말 걔 웃는 낯에
더는 못 하니까,
7~10일쯤 나를 못 깨어나게 해 주세요.
그리고 가져간 김에 내 기억도 다 앗아가시고요.
그리고 죽을 고비 넘길 만큼 힘들게 해 주세요 저를..
난 못 헤어져요.
영원히 그렇게 펑펑 울었었는데,
나는 엄마의 돌고 돌아 다시 만난단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이해한다.
2013년은 내가 차라리 내 갈비뼈나 다리를
다 부러뜨려라, 며칠간 못 일어나게 해 달라.
기억을 다 가져가라 하늘을 보며 엉엉 울며
기도했던 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운명을 내가 누구보다
빠르게 직감한 게 맞고 그때,
2013년에 죽을 고비, 내 기억 상실을
무의식이 더 먼저 알아차린 듯했다.
헤어지게 되는 날이 곧 올 것 같다고.
못 헤어지겠다고 근데 이건 내가 아무리 애써도,
하늘의 영역이라 더 애써봤자
내가 죽었으면 죽었지.
헤어질 그 운명이 도통 바뀔 것 같지가 않다고.
순응하는 법을 배운 12년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2012년,
엄마가 내게 물었다.
소울 메이트 만나면 딸내미 뭐 하고 싶어?
난 안아주고 싶어,..
그리고 나도 엉엉 안겨서 울어보고 싶어.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네.
그런 날이 올 거야 꼭.
근데 많이 힘들 거야 딸..
너도 왕을 사랑한 과업을 지금 치르고 있는 중이야.
엄마 근데 왕이 더 힘이 세자나 불공평해 이건!
라고 말하자 엄마는,
왕은 너라는 산을 다 넘어와야 해.
네 죽을 고비 그런 것도 다..
그 시절엔 왕비가 있는데 후궁을 두는 것도
자연스럽지만 그게 다 업보야.
왕은 똑똑해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너는 반대로 왕보다 더 똑똑한데,
자유롭고 현명해. 이번 생은 달라.
이번엔 비극이 아냐.
울지 마 딸..
그래도 미워. 나는 이 생에선 다신
사랑을 나눠갖기 싫어.
그 사람이 늦으면 아니 내게 주도권이
있다고 했으니까 마음이 썩 안 내키면
그 양반집 도련님 만날 거야 나..
그 왕이 오나 안 오나 관망하고 보지 뭐..
근데 자기 마음 하나 제대로 알까 그 왕이?
나랑 참... 시차가 엄청 걸리겠네..
내가 그런 시시한 똥 멍청이 왕을 사랑했어?
왕도 뭐 별 거 없네..라고 하자 엄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했어 그 왕이,
멍청한 게 아니라 모두의 의견을 다
듣고 조율하고 맞춰야 하니까.
왕도 왕 나름 다 고충이 있어.
타인의 인생 함부로 부러워하지 말고
함부로 평가하지 마.
지금 네 인생에 주어진 것에 다 감사해.
그럼 그 왕도 너에게 어느 순간 끌려올 거야.
그 에너지에,
다른 남자 만나면 안 되나요? 후우..
쉽지가 않다.
네가 그게 가능하면 한 번 해봐.
근데 하늘이 정한 인연은 다른 인연과
애써도 끝까지 인연이 닿질 않아..
기다려 승현아,
그 왕은 쉽게 말해 너랑 시차가 있어.
너라는 산을 다 넘어야 하고.
집안, 체면 다 정리하고 와야 해.
그래야 네 앞에서 떳떳해.
너 소울 메이트 만나면 안겨서 울고 싶다며,
그거 2026년 이후엔 가능해.
어머니! 14년이면 산도 강도,
푸르르게 다 변합니다..
저도 변하겠죠..?
그럼 그렇게까지 한 사람만 보겠습니까.
하늘이 정하면 뭔가 좀 다른가..
그동안 우리의 미완된 나날들,
하늘이 우릴 막 갈라놓는구나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구나 널 위해,
기억이 지워지고 그 기억 상실에,
죽을고비까지..
기적처럼 12년 만에 기억이 서서히 돌아왔을 땐
망할.. 이거 하늘이 정한 인연이 다 맞구나.
목숨을 담보로 다른 사람 만난다고.
으름장 놓다간 내가 기어코 죽겠구나.
운명에 다 순응했다.
엄마! 근데 나도 그 왕도,
둘 다 대단하다.
다시 만나면, 전생부터 이어져
온생에 서로밖에 없다고.
다음 생도 또 함께 하겠다고
하늘과 영혼의 계약체결까지.
어떻게 나는 죽는 그 순간 약속까지 하고 죽지..
근데 그 왕도 대단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 분리돼
숨이 다 끊어졌는데,
영원히 사랑한다, 너밖에 없다,
가슴이 다 사무친다.
엄마.. 엄만 이런 사랑받아봤어?
나는 받아봤어.
그러니까 서로 못 잊겠구나 현실적으로.
근데 이게 왜 내 얘긴 거지..?
내 삶도 쉽지가 않네..
다 때가 있으니까,
왕이 죽을 고비 넘기고 큰 고비 넘긴
나만큼 나라는 산을 다 넘어 달려오려면..
그 왕 모르긴 몰라도 많이 굴러야겠는데?
그거 보니까 왕도 뭐 좋기만 한건 아니네..
하늘은 아주 공평하네,
사랑을 위해 다 포기하고 목숨을 던진 나는
현생에 넌 가만히 있어라 그 왕을 내가 움직이겠다,
너는 늘 사람을 보호하고 약자를 위해,
앞장섰으니 귀인복도 넣어주겠다.
기나긴 시간 너무 혼자 울지 말고 외롭지 말아라.
넌 혼자가 아니다 뭐 이런 거잖아.
너무 슬픈데 엄마.. 내 인생,
꽃피는 날도 와? 봄도 곧 오는 거겠지?
나도 소울 메이트 품에 가득 안겨
곧 울 수 있는 거겠지?
지금은 절제가 디폴트 값인데,
나 더는 안 참아도 되는 시기 그거 오는 거지 엄마?
엄마는 나를 안아 응, 꼭 와!
늦어도 그러니까 너의 때를 꼭 기다려.
그 왕이 진짜 네둘도 없는 소울메이트야.
현생에서 네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네 몸이나 정신이 다 피폐해지고
많이 아플 거야, 반대로 가고.
그러니까 딸.. 너도 언젠간 기대어
펑펑 울 수 있으니까 하나도 안 참고.
그땐 그 왕이 널 꼭 안아줄 거니까.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꾹 참고 기다려.
포기하지 말고,
넌 전생에서도 아주 귀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현생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어.
꾹 참고 나 죽었다 하고 기다려.
엄마와 한 대화가 스쳐간다.
이렇게 오래 참을 줄은 나도 몰랐었는데.
엄마 말대로 이젠 전생의 왕을 미워하지 않는다.
엄마는 나를 사랑한 대가를 그도 미친 듯이,
생사를 다 오가며 마음으로 치르고 있는 거랬다.
그도 그럴게 조선시대엔 후궁을 두는 게
당연했지만 그게 사실은 다 업보라는 것.
나보다 업보가, 그 과업이
크고 많을 그를 온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BGM 신지훈- 머리가 나빠서
나는 앞으로 이 운명에 휘둘리지 않고
이승현, 이 이름 세 글자로 살겠다.
나로서 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