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 잊기 힘들면 묻어. 네 가슴에 묻으면 되잖아

안녕, 이제 그만. 나는 잘, 그만 궁금해해.

by 이승현

생각해보니 우린 그때, 가장 친한 친구였다.

내가 마음이 아파,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 때에도

내가 pms증후군에 시달리며 아파하며 울 때에도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채던지 내가 매번 눈을 흘기며 소리를 빽 질러도 너는 나를 그렇게 소중히 여겨 아끼더라. 그렇게도 사랑하더라, 매번 내가 소리 빽 지르며, 나를 쉽게 그렇게 함부로 읽지 마라고 말했을 때에도,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쩌면, 날 떠났을 텐데. 혹은 떠날 준빌 하거나, 근데 넌 내가 좋아하는 꽃과 견과류, 바나나, 초콜릿 등을 준비해 나를 감동시키더니 생리 다이어리 체크하고, 내 큰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를 준비가 되게 만들더니, 그러더니. 날 너무 잘 알아. 너무, 그래서 내게 웃으며 예쁜 편지지에 쓴 네 마음을 수줍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예쁘게도 건네더라. 왜 그랬니, 왜. 왜 그렇게 나를 어여뻐하고, 간절해하고 내가 없으면 넌. 밥도 못 먹고

숨도 쉬지도 못 한다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 말을 왜, 왜

내게 했니. 내가 뭐라고. 내가 뭔데, 너한테. 내가 뭐길래.

까짓 내가 뭐길래. 나는 나인데 그저 나 일뿐인데.

왜 넌, 날 그렇게 사랑했니. 왜 하나하나 날 다 그렇게도 아껴줬니. 왜 그랬니, 왜, 왜.


지난 추억이라고 겨우 울며 다 비워냈는데, 비워냈었는데. 바닥까지 봤으면서, 왜 또 날 찾아와, 흔들려고 하니. 소중했던 그때, 그 시절. 그 사이로. 그대로는 전혀, 절대, 기억할 수 없겠지. 근데 나를 너무 나쁘게만 기억했.. 아니 기억하지 마, 나를. 그때의 너를, 네가 지금 이 순간 기억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네 옆에 있는 그 사람이 얼마나 빛나는지. 아름다운 지야. 나는 그렇게 믿어. 이젠 널 믿진 않지만,

오늘 말했듯이, 그럴 일 없을 거고 불현듯, 생각나도

그냥 가슴에 묻고 살아. 너 그런 거 잘하잖아


왜, 나만 못 묻어. 나도 잘하니까, 그런 거.

새록새록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문득, 똑똑, 하고

그럴 땐 오늘 너에게 말한 이성적이고 현실적이고 이기적이며 못 되 처먹은 여자가, 거울을 보고 서있겠지. 나는 생각나도 내 선에서 끝내지 행동하진 않아.

몇 번이나 참고 오랫동안 황당해도 혼자 끙끙대며 얼마나, 참았는지 몰라, 남자 친구에게도 상처 주는 게 아닐까. 이거 참 무례하지 않나. 혼자, 내내, 끙끙대며. 다시 한번 말해. 반복해서 말 안 하니까 잘 들어, 내 블로그는 개인 공간이니까. 들어오지 않아 주길 간절히 부탁한다.

네가 간절히, 그리워하고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 지금 네 옆에 있지 않나 싶다.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고 지냈으면 좋겠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니까, 네 안부 묻지도 않을 거고

굳이 묻고 싶지도 않은데, 자꾸 이러면 나도 내 선에서 끝내지 않을 거야. 그만했으면 좋겠어, 간절히 그리워하고 사랑해야 할 사람과 그뿐인 잔재가 된 사람을 똑똑히 구분했으면 좋겠다. 너 똑똑하니까, 내 말 뜻. 잘 알 거라 믿어.


더 차갑게, 더 쓰라리게. 더 아프게, 냉정하고, 냉철하다 못해 얼어있는 것처럼 무섭고, 춥게. 그 한 마디 듣고 싶은 거면 그래, 계속해 봐. 네 행복, 네 안녕. 네 건강! 모두 응원할 수 있어. 근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선 넘지 마.

사랑한다고 널, 영원히 아낀다고. 너뿐이라고, 너밖에 없고 또 너밖에 없다고. 네가 최고라고. 너랑은 비혼 주의자이던 나도 마음이 사르르, 녹아 영원히, 함께, 두 손 맞잡고.

같이 주름진 눈가를 하고 주름진 손을 맞잡고 그렇게,

함께, 늙어가고 싶다고. 말했던, 순수하고 희고 어여쁘고, 당차던. 그 여잔 이제 없어. 그러니까, 부디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꼭, 꼭. 내가 아닌 누군가와 행복해.

그러니까, 네가 자꾸 찾아오면 나는 네가 아프고, 슬프며 불행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네가 자꾸 찾아오면 나는 네가 아닌 거 알지만,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나는 마지막으로 네가, 자꾸 찾아오면. 남자 친구보다 못 나서, 내 남자 친구를 굳이 불안하게 하려고 용쓴다고 생각할 거야.

이런 말, 이런 생각. 듣기 싫으면 다신 발걸음 하지 마.

친절하게도 나 경고했어, 한 번만 더 자꾸 그러면 내 선에서 끝나는 일 절대 없을 거라고.


부디, 서로 나쁘고 못 되 처먹은 사람으로 영원히, 내내, 그렇게, 남아 주자. 끝이 나빠야, 너도 그 옆사람과 정착이란 걸 할 테니까. 나와의 기억 모두 잊고 부디 행복하렴.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잘,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네가 해야 할 건 내 안부 묻기가 아니라 옆사람 안부 묻고 영원할 것처럼, 열렬히 뜨겁게 사랑해주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