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20251021 화

by 이승현

언니는 어릴 적 초등학교 3학년인 나에게,

그 저학년인 나에게 영화 중경상림과 첨밀밀 비디오를 보여줬다.



진정한 사랑 어쩌고 하면서,

나는 진정한 사랑? 운명? 어색한 듯이 웃었다.



두 비슷한 비디오의 그림체에 나는 퍽 지루해했고

사촌오빠와 사촌언니는 가히 명작이라며

환호성에 박수까지 쳤다.



그 감독이 돌고 돌아도 만날 인연이면 어디서든

다시 만난다 라는 기획의도를 가졌다고

오빠는 내게 말해줬고.



나는 입을 뗐다.

그래도 이건 불륜이잖아.



결혼할 약혼녀가 있는걸?

이건 그냥 기만이잖아..



진짜 예술 영화가 그런가 진짜 못 봐주겠네.

언니 오빠는 내게 진짜 사랑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만 8세 밖에 안 되어서 잘 모르지만..



진실한 것, 속이지 않는 것.

이렇게 무시하지 않는 것.



이건 절대 사랑이 아냐..

적어도 사랑하면 오래 참고 기다리는 거야.



성경에도 나오잖아.

적어도 진짜 운명이면 인간이 움직이지 않아도

하늘의 뜻대로 다 된다고 생각해 난.



언니 오빠들은 진짜 사랑을 하면

내가 이혼을 했건 상대방이 이혼을 했건



그런 겉모습은 더 중요하지 않은 거랬다.

근데 나는 현실주의자 꼬꼬마였어서,



가급적이면 둘 다 이혼을 안 하고

오래 참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즉 본능까지도 다 참고 내가 너무 소중해서

털끝하나, 쉬이 못 건드리는 사람에게



나는 마음을 다 준다고 했다.



진짜 사랑하면 만약 상대방이나 내가

결혼을 했다면 도덕적 인성적, 하늘의 뜻에



반하는 행위는 나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안했어. 그때, 고마웠어. 감사해 다



라는 표현은 되지만 남녀로 끌려 다가가거나

그런 대화는 난 양쪽 모두에게 실망해

더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짜 인연이란 고로 그런 거니까,

참 신기하지.. 나도 만 4세 때쯤 경주에서 너를



처음 만났고 너를 꼭 안아줬고.

그때 처음 본 네가 왜인지 낯설지 않았고

눈물이 났어.



츄파츕스 초코맛 내가

좋아하는 사탕도 줬고.



근데 다시 만날 줄이야..

참 운명 신기하지.



오빠는 나보고 참

그리스 로마 같은 소리 한댔지만..



나는 내가 어려워서 소중해서 부서지거나

혹 떠날까 봐 내 몸에 내 숨결에,



털끝 하나도 못 대는

그런 남자가 좋더라고.



진짜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초등학교 3학년 때 내내 말하더니 누가 알았겠어?



그이가 내 운명일지.



근데 이번엔 내 손끝도 못 잡으면 난 그냥

그 자리에서 집에 가버릴 거야.



내가 말하는 이번은 하늘이 정한 때를

다 나타냈을 때 용기를 채 가지지 못한다면



난 더는 잠수하듯이, 물 무서워하는데

나도 본능이 있는데 어릴 적 언니, 오빠에게



말했듯이 허벅지를 쿡쿡 찔러

피 흘리게 해도 다 참는다고.



그거.. 난 이제 더는 안 참아.

하늘이 정한 때가 오면 난 딱 그때까지만 참아.



신사적으로, 딱 숙명적으로 자명종 시계가

열렬히 띵띵거리듯이, 그 시간 안에서만



나는 딱 참아.

내년 하반기부터는 내가 더 참을 일이 없을 거고.



내가 더 움직일 일도 당연히 없을 거고.

이러려고 내가 선 안 넘고 하늘이 정한 때를



다 기다린 거야.

내 손에 물도 피도, 빗물도 다 안 묻히려고.



느낀 감정: 감사, 반가움, 기쁨, 안심, 사랑.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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