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 홀딱 결혼할까 봐 한 일

- 나를 못 믿기 때문에.

by 이승현

너는 2013년 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내 머리카락을

자꾸 간지럽힐 때,



"누나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대."

그래서였구나.. 내 머리카락을 간지럽히던



그 벚꽃 잎을 네가 자꾸 잡으려 했던 건,

사랑이, 정확히는 첫사랑이 다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그 후 12년이나 지났다.

마음 가죽에서 다 벗겨질 만도 한데



하나도 한 개도, 너는 더 벗겨지지 않았다.

내 기억 상실은 불꽃놀이 같았다가



그냥 교통사고 같았다가

아팠다 나 역시, 나빴던 만큼.



나 죽을 뻔했어. 난 네가 누군지 몰라.

이 말을 기어코 내 입으로 했어야 했을까?



잘 모르겠다.

이제 와서.. 다 지난 일이라고 하기엔



내 마음 살갗이, 다 빠진 독수리 털처럼

미세하게 떨린다. 아프단 말이다.



아니 지금은 아닐지라도 영원할 고통처럼

12년간은 되게 아팠단 소리다 나는 그저,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 홀딱 결혼할까 봐 한 일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엄마가 준 18k 반지를

기어코 곱게 빼서 실버 반지를 껴줬다.



안쪽 각인에는 내 부적처럼, 내 뮤즈 OOO라고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옆면 각인에는 숫자가, 정확히는

미래의 날짜가 적혀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스스로,

나를 못 믿기 때문에.



그러다가 그런 부적처럼 흔한 실버반지 하나,

네 번째 손가락에 고이 끼지 않으면



정확히는 내가 다가오는 누군가들 중

다 골라 만날 것 같아서.



그러다가 돌아버리게 외로운 날에는

결혼을 이혼을 곧 한대도 내 발등을



다 찍는대도 결혼 준비를

이미 하고 있을 것 같아서,



결혼을 그리고 이혼을,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 말대로



그 운명이 다시 꼭 돌아오는 날에

내가 결혼도, 이혼도 다 한 덕택에



그날에 소울 메이트인

승현이는 언니들 말대로,


너무 슬퍼할 것 같아서.

나보다 더 죄책감 가질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결혼도 이혼도 채 하지 않았어.

그리고 하고 싶어도 허벅지에 낀 포크가



잘 휘게 해서라도 그렇게 참았어.

그래서 내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껴져 있는



실버 반지는 나한테 꼭 맞는 그저 부적 같아.

이리저리 치이고 흔들리는 나에게,



여기야! 네가 쉴 곳.

영혼 각인 소울 메이트의 이름을 다 새겼으니,



그래, 나 이제 딴 놈한텐 못 가.

나는 안 갈 거야 영원히 그 누구에게도,



딴 놈은 신선하게도 또 업데이트되듯이

세세히도 잘 다가오겠지.



근데 그건 그거고 난 이제 안 갈 거야.

도망도, 너한테도.



p.s 이젠 후후.. 난 네가 움직이게 만들어.

기억하지 승현아?



난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마력의 소유자 그게 나네.. (속닥)



재밌네~ 흐흐..

참 승현아 하늘이 정한 인연인 내가,



한 번은 꼭 움직인다는 건 그건 바로

나 이제, 네 마음 들었다 놨다 하러



다시 돌아가 라는 뜻이야 그거.



나 이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내 생각만으로 그냥 널 들었다 놨다 한다.



하늘의 뜻대로 난

다 내버려 둔다 히히..



애 좀 탈 거다.

뭐 이런 뜻이야 에헤헤..



BGM 버스커 버스커- 꽃송이가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