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20251226 금

by 이승현

멍을 때리다 보니 생각이 났다.



부유하게 사랑받고 부유하게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다 먹어서.



그다지 세상에서 갖고 싶은 게 없었는데..

2013년, 너를 만나고 그 이후 나는 기억을 잃었다.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그 기억 상실증,

죽을 고비 다 넘기던 그 아등바등 살아있기만 해도



힘이 들던 그런 해였다.

그때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했었던 것 같다.



하나님, 저 갖고 싶어요 그 사람..

기억을 잃었는데 제 심장이 자꾸 뛰어요.



자꾸 그쪽으로 가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기도한 날이었다.



만약 운명이라면, 수평선 너머

같이 마주 보게 해 주세요.



태어나서 처음 갖고 싶습니다,라고

그때 그 기도는 내 인생을 아마 바꿔줬던 거 같다.

감사합니다.



이후 그 기도에 그 사람이 잘 살게 해달라고

나 같은 거 다 잊고 영원히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가는 길 굽이 굽이 꽃길이기를,

그 흙도 다 윤택하기를, 돌멩이 하나



그가 가는 길엔 없기를..

근데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대단히 착각한 게 하나 있다.

사실 그 길은 그 사람이 다 개척하는 거며



그 돌은 그 사람이 다 치우는 거며

그 무너짐은 그 사람이 다 감당하는 거였다.

내가 아니라,



이걸 깨달아 다 감사합니다.

내가 그의 인생을 절대 대신 살아줄 수 없음에

다 감사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갖고 싶은 게

욕심나는 게 있었던 그 시절의 나..

다 감사합니다.



노을- 전부 너였다, 들으며 그리워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그 사람의 몫은 전부 그 사람의 몫,

내 몫은 이제 순전히 다 끝났음을 다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 따습게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일찍이 머리 감고 샤워하고 내일을

또 준비할 수 있어서 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모닝루틴 블루베리, 견과류, 사과, 군계란,

호박 고구마 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블루베리를 바나나와 같이 갈았는데

오묘하게, 계피 맛이 났다.



역시 난 완전 미식가.. 미각인 (?)

감사합니다. 오묘한 맛까지 잘 캐치해서,



무음의 시간을 잘 돌보며 지내

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감사일기 끝.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