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20260103 토

by 이승현

엄마가 갑자기 또 전화가 왔다.

뭐 하고 있어? 밥은 뭐랑 먹었어 혼자? 춥지?



나 그냥 점심 먹고 물 얼었어 ㅋㅋㅋㅋㅋ 크크크

생수로 머리 감고 그러고 있어 하하하 ㅋㅋㅋ



미친 듯이 웃는 나.

생수로 머리 감는데 물이 좀 아까웠다 나도..



이 시국에 웃고 있는 나,

진정한 인생을 즐기는 자 다 감사합니다,



매번 엄마랑 통화할 때마다 아하하 ㅋㅋㅋ 하며

웃는다. 다 감사합니다.



아빠한테 물어봐야겠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는 우리 엄마.



아빠가 뭘 어떻게 해 ㅋㅋㅋ 아빠도 모르지..

날이 따뜻해져야 하지~ 하며 통쾌하다는 듯이



계속 웃는 나, 내 인생이 너무 웃겨서

그저 해피엔딩이리라.

매일 웃는 나 다 감사합니다.



혼자 있다가 물 얼고 컵라면 먹고..

받아둔 씻을 물로 다 설거지하고



생수로 머리 감고 양치하고..

다신 안 하고 싶은 그런 경험이다.



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서

다 감사합니다.



물이 얼다니.. 어쩔 수 없지.

할 수 있는 만큼만 살자, 오늘은!



이 와중에 생수로 머리 감고

씻고 이승현 대단하다, 대단해.

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설거지 없는 음식 컵라면,

만두, 라면에 넣은 대파 다 감사합니다.



끼니 거르지 않아 더 감사합니다.



라면 먹고 그러니까 꼭 IMF 터진 기분..

큰 일이긴 한데 이게 또 뭐 영원할까?



안 되면 목욕탕이라도 가야지 뭐.

앞에 공용 화장실도 있고~



잘 되겠지 뭐.

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생수로 콸콸~

씻어서 아주 개운하다,



뭐든 경험이 힘인 듯.

다 감사합니다.



퇴폐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어서

다 감사합니다!



머리 감는데 진짜 힘들었는데,

생수라 잘 헹구지도 못하고



그래도 지금은 긴 생머리가 아니라서

다행이고 참 감사합니다~!



오늘의 감사일기 끝~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