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20260327 금

by 이승현

운명 3초는 참 대단하다..

내 기억엔 내가 거절한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 시절 철저히 제대로

단호하게 거절한 건 역시 나였다.



중간에서 용희에게도

거절당하고 나 대신,


겨우 정체성 흔들려가며

남자 만나고 싶지 않다고



거절한 내가, 첫사랑이던 내가

과연 어릴 적엔 얼마나 아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예쁘게,

좋게 기억해 줘서 다 감사합니다.



한 순간에는 나 또한 어쩌면,

너에게 좋은 사람이었던 거겠지.

다 감사합니다.



이젠 운명 3초를 보내기 싫으면 싫은 대로

작가, 예술가로는 그냥 막연히

그렇게 흘려보낼 차례다.



그저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듯이,

그것에 다 감사합니다.



많이 울었지만 나 웃기도 했어!

네 덕분에, 이젠 보내진 못 해도



잡진 않고 다 흘려보낼게.

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생각해 봤어.

마음에 영원할 듯이 남아있는 남자 vs

영원히 헤어지기 싫은 남자,



무게감이 엄연히 달라.

나는 완전 후자야!

그래서 감사해, 안녕~ 나의 운명 3초



40세쯤, 우리 다시 만나.

그땐 나도 아기 낳고 남편이랑 잘 살고 있을 거야~



우리 집으로 초대할게.

편히 와, 남편에게 내 심장에



고춧가루를 콕콕 뿌릴 만큼

아팠다고 근데 오래도록 고맙도록,

감사한 기억이라고 말해둘게.



남편이랑도 우리 아이랑도 그땐 꼭 인사해.

편하게 만나 운명 3초!



이 바래지질 않을 그 약속이

다 감사합니다.



생리를 해서 1시간 더 일찍 깨긴 했지만

그래도 운명 3초 생각에 마음의 이불을,

다 덮을 수 있어서 다 감사합니다.



내 마음이 한 뼘 훌쩍 자라서

누군가를 꼭 안아줄 수는 있는 정도라서

다 감사합니다.



좋은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다 감사합니다.



멍 때릴 수 있어서,

이 역시 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감사일기 끝.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