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지였던 내가 너에게 차마 못다 한 말.
안녕.. 안녕?
나야, 이 말은 꼭 해줘야 할 것 같아서
18살의 내가 너를 결코 안 좋아한 게 아니야.
네가 용희한테 그랬지?
난 중간에서 그저 전해 들었을 뿐인데..
나랑 꼭 사귈 거라고
나랑 결혼할 거라고.
미안한데, 나도 너 진심으로 좋아했거든?
그래서 아직도 눈물이 나거든..
내가 그렇게 썩 나쁜 사람은 아니라서
나보고 첫사랑이라던 나보고 운명이라던,
나보고 나랑 꼭 사귀고 말겠다는,
나랑 결혼하겠다고 그 사랑 없는 결혼,
선자리 더는 나가기 싫다며..
나를 부모님이 계신 그 가족 자리에
데리고 가려고 했다며 나 이것도 다 들었어.
용희한테,
근데 있잖아..
나는.. 나는
네가 눈물 나게 좋았는데 벅차게,
눈이 다 반짝거릴 만큼 네가 너무 좋았는데,
근데.. 네가 나랑 아침 드라마 찍으려고 했다는
그 얘기 듣고 부모님까지 다 있는 그 자리에,
저 이 여자랑 결혼하겠습니다.
사랑 없는 그 결혼, 그 선자리 더는 싫습니다.
너라면 퍽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
처음에 들었을 땐 그냥 어지러웠어.
웃었어, 다 장난이겠거니 했어.
근데 네가 생각보다 더..
나에게 진심이라서,
그래서 내가 브레이크를 건 것 같아.
나도 그토록 좋아했으면서 대체 왜냐고?
나는 너를 정말 좋아했어 진심으로,
근데 네 앞길을 그렇게 망치고 싶진 않았어.
그리고 이건 마음 아파서
잘못하겠는데 그래도 할게.
네 배경도 너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의 일부야.
그런 네가 나에게 오려고 만약 그 배경을 버린다면
가족들의 반대에도 일사천리
만약 다 강행한다면,
나는 그게 너무 슬플 것 같았어.
네 옆에서 반짝이던 내가,
더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어.
나라는 별은 막 따는 게 아니라
가만히 보는 거고
그저 너라는 달은 내가 별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했지만 더 가지지 않기로 난 결심 했어.
그때 내 나이 18살..
만 16세, 참 똑 부러져서
그땐 슬퍼할 겨를도 나는 없었어.
나 이제 온전히 아파해,
온전히 슬퍼해.
온전히 그리워해.
그래서 너무 보고 싶어..
근데 나한텐 나라는 현실이 있듯,
너한테도 너라는 현실이 있어.
나는 그걸 영원히 깨지 않을 거야.
내가 만약 그걸 깬다면,
그건 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깊게 좋아하면서 마구 종이접기 하듯
난 마음을 접었고 그때,
넌 단 한순간도 나한테 선을 넘은 적 없었어.
자기 정체성 흔들려가면서 남자 만나기 싫대.
은지가, 재벌 며느리 될 생각도 추오도 없대.
평범하게 제 이름 세 글자로 살고 싶대.
너 이 말 용희한테 다 들었지?
근데 중간에서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어.
그런 나를 좋게 봐준 것도 참 고마운데..
내가 뭐라고 10대, 20대 내내
나를 기다려줘서 좌절하고
못내 마음 아파해줘서 고마웠다는 말,
꼭 해주고 싶었어.
네가 그저 옆에 있었다면
난 토닥토닥해 줬을 텐데..
사심 없이, 딱 인간의 온기로!
p.s 운명 3초!
내 인생에서 절대 지나가지지 않는
하나의 획을 긋는 한 장면으로,
잘 남아줘서 고마워. 고마워, 많이 고마워.
다시 만날 땐
내가 더 감사해할게.
잠시만 안녕..
BGM 강민경, 최정훈- 우린 그렇게 사랑해서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