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2 목
공주에서 거닐다 보면 철장 같은 곳에,
갇힌 강아지들이 한이 서린 목소리로 운다.
애틋하고 소중한 생명인데 싶다.
그래서 지나갈 때마다 기도를 하곤 한다.
그리고 나는 현재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지만
자유와 책임을 다하는 첫 프리랜서 시기를
잘 보내고 있으니 감사합니다.
2020년에 5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힘들었었다.
근데 그 힘든 와중에, 내가 헤어진 게
소문이라도 났는지 사람들이
자꾸 싫다는데도 다가오는 게 싫었다.
나는 그렇게 매일매일 울었는데
그 울음의 60프로는 새로이
다가오는 사람들 때문이었을 거다.
무례했다 나한테,
그런데 상처긴 했는데 이제 나는
그 상처 위에 중심을 두고
그 상처를 끊는 사람, 다 감사합니다.
나한테는 내 사람의 조건이 돈이나 명예,
권력이 아닌 걸 알고 있었다.
겉모습이 다가 아닌 것 알고 있었다.
오래전에, 하나 타인과 다른 시선
그게 싫어서 아닌 척했다 내내,
근데 이제는 나 있는 그대로 내 모양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 감사합니다.
나가서 걷고 1시간 운동, 햇살, 봄바람,
꽃, 하늘 다 감사합니다.
쌀 깜바뉴 먹고 싶다고 카페 간다고 해놓고
집으로 왔지만 괜찮아~!
집에서 따스운 물로
씻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에게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나에게도 돈으로 살 수 없는 보석 같은 나날들이
여전히 살아있음에 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가올 땐 난 항상 울었다.
거절해도 다가오고 무례하며 자신의 마음을
강요했기에 거절해도 난 또
나쁜 사람이 되어 있을 텐데..
그냥 다가오지 마.
라고 시전하던 시절,
수도승처럼 집, 일, 집, 일 했다.
스스로 고립하기 딱 좋은 타이밍.
감사합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내가 비로소 성장했다.
다시 돌이켜봐도 나는 지금처럼
번호를 바꾸고 시골로 숨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
경기도에서 쓰러지고 의식 없이 대전까지 왔을 땐
진짜 싫다고 대전 죽어도 안 간다고.
마치 나를 지르밟으라고.
근데 엄마의 한 마디,
너 그러다 죽어
야, 정신 차려.
너부터 살고 봐야지.
그런 엄마가, 기다려준 그런
아빠가 있어서 나는 한 영혼으로서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나도 안다, 그때 타이밍을 놓쳤으면
살아있지 않았을 거라는 것.
그래서 부모님께 다 감사합니다.
서울, 경기도에 살 땐 선택지가 많고
먹을 걸 바로 풍요롭게 먹고
냉장고 채우는 걸 좋아했다.
상하지 않을 정도만,
먹고 싶을 것도 다 먹었다.
그리고 사고 싶던 예쁜 옷, 신발, 명품
가볍게 다 소비했다.
근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음식은, 쇼핑은 참았다가 먹는다.
더 뜻깊다 감사합니다!
쇼핑을 할 땐 어쩌면
6개월~ 몇 년 단위를 기다리듯,
내 것인가 하며 절제의 미학을 배웠다.
이것이 나를 영혼으로 기능적으로
더 잘 다루게 하고 작동하게 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 사람도 마찬가지다.
절제라는 공을 들여 숱한 시간 속에
그 공속에 나는 기다린다.
그게 몇 년이 되어도 십 년이 되어도
기다리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드라마, 영화, 웹툰 등 장르도
진짜를 좋아하듯,
공들여 기다리는 동안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게 되었기 때문
그래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감사일기 끝.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