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20260403 금

by 이승현

먹는 거에 반을 줄였다.

작업에 몰입할 땐 가뜩 소식좌인데,



더 못 먹는다.

작업할 때 예술가들은 대체로

굶기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위장이 예민해지고 몰입 (집중) 상태라서

나는 한 입은 먹었다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외모, 몸 평가

당연히 기분 나쁜데 인간이니까 본디



근데 빨리 해, 빨리 먹어 너 그러다 늦겠다!

이게 제일 싫었다.



그땐 유치원 때였는데 아니, 내가 왜 세상에

맞춰야 해? 왜 소속에 맞춰야 해? 그랬다.



근데 지금은 전혀 억울하지 않고

그저 내 속도대로 내 소식좌 위장대로(?)



살아가되 때때로 세상의 속도를 빌린다.

딱 이 정도 깨달아 감사합니다.



김동률- 리플레이를 틀어놓고 헤어진 우리 둘,

내 팔등에 캔들의 불이 붙고



플라스틱 스파클 물병을 던지며

헤어지자며 울지도 채 못 하던 나,



너는 내 팔에 불이 붙어 화상이라도 입을까

내내 걱정했고 헤어지자는 내 말에 울었고



무릎 꿇었고 한 번만 안아달라고 자기도

이제 알겠다고 승현이 단호한 거,



내가 무심하게 굴자 안아주지 않자

나를 홱 끌어안으며 승현아 우리 5년을 만났는데..

어떻게 이렇게 끝내라고 울었으며



내가 발목이 아팠나? 구두 때문이었나

절뚝이던 나를 혼자 가겠다는 나를



그런 나를 어머님과 약속했어,

책임지고 너 데려다 주기로



버스 타고 간다고 손을 홱 뿌리치는 나를

놓치지 않고 다시 붙잡던 너.



"택시 타. 승현아 제발.. 너 다리도 아프잖아,

승현아 제발 이러지 마라.



내가 다 잘못했어 이제 와서 이러는 거

소용없지만 그래도 한 번만 나 한 번만 봐줘..

우리 마지막이잖아."



라고 해줬던 나의 오랜 연인이었던,

현수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합니다.



내가 2018년에, 첫사랑에게 가려고 했을 때

내가 가지 않은 건 아직 때가 아니라는



엄마의 말과 날 붙잡는

다시 만나자는 너 때문이 아니었어.



혹시 불편함, 죄책감 가질까 봐 두고두고

나는 그냥 승현이랑 영원히 헤어지기 싫었거든.



그날의 진실은 아마 나만이 알겠지..?

근데 지금 가면 진짜 헤어지게 될 것 같았어.



그때는 그 사람을 놓치고 제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았어.



너무 강렬했던 감정이 아니라

너무 강렬했던 존재라,



그래서 울면서 안 갔어,

이건 어디까지나 내 불안과 내 선택이었어.

죄책감 가지지 마.



이걸 깨달아 말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이제라도 다 내려놓음에 다 감사합니다.



진짜 인연이면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는 것.

난 그게 사랑인 것 같아,



현수야 영원히 행복하길 바랄게.

나는 이제 곧 선택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삶.



그렇게 살아도 이승현,

이 이름 세 글자 잃지 않을게.

변치 않을게.



이 깨달음과 너에게 계속 좋은 작품 한다고

말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내 1 호팬이 되어주어서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p.s 내 삶은 계속 잘 돌고 나는 이제,

이별의 그 한 장면에 흘러나오던 음악.



김동률- Replay를 들어도

가슴에 멍울이 다 부드럽게 풀려서

이젠 안 아파 감사합니다 다



그리고 2018년에 또 기회가 왔어도

내 정체성을 지킨 이승현 오구 멋지다~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