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친구인 줄로만 알았던, 내 남사친이,

-사뭇 다르게 보이던 뜻밖의 그 순간, 나는, 매료됐다. 그날, 그..

by 이승현

내 욕심이었어. 알아, 아는데. 내내, 그럴 수 있었다고.

말도 안 되게 나만이 믿고 있었어. 어쩌면,

그 점은 아무쪼록 참 미안해,

인정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었어. 머리로는 아는데, 이성적으로 아~ 그렇구나. 하면서도,



본능으론, 아니었어.

생각보다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

우리가 영원히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거란 내 착각. 내 생각. 내 견해와 다르게,

그럴 수 없다는 거. 그 이유 또한 분명하다는 것.

아닌 것 알면서도 너를 내 곁에 내내 오래 두고 싶었어. 친구로,



미안해, 다른 사람이 널 뭐라 하든 나는 그저 함께, 웃고, 별 것 아니지만 소소한, 내 이야길 들어주는 네가, 친구로서 너무 좋았고 너무나도 고마웠어.



그런 찰나에, 널 만났어. 마주 보고 있으니.

나도 순간 흔들리고 헷갈리더라?!



내가 혹시나, 너를. 애정 하는 게 이젠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서 일까.

그러니까, 내가 너를 조금씩이라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걸까?

헷갈렸어. 나 그날, 아주, 많이.



왜 그랬는지 안 궁금해? 내가 문자 보내 놓고

며칠 지나서 (내 기억으론 그래) 연락이 없기에.

바쁘구나~ 하고 넘겼었어. 뭐,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근데 네가, 그날 전화가 왔어.

뭐해? 내가 바빠서 이제야 연락한다,라고 하면서,

아, 그렇구나. 답 없기에 그냥 바쁜가 보다 했어.

지금 네일 받으러 가고 있어. 너는?



서울이야?라고 묻는 내게, 너는 지금 잠깐 대전이라고 말했었지. 그렇구나, 일 때문에 왔나 보네, 하고 끊으려고 하던 찰나에,

내게, 넌 네일 받고 뭐해?라고 묻던 너,

나 카페에서 일할 건데, 네일 받고 카페로 와. 자연스레 말했던 너.



네일 받으면 1시간 넘게 걸리는데?라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보는 나,

어차피, 나 일 때문에 내내 카페에 있을 거니까.

여기, 카페로 와.

알았어. 그럼, 이따 봐. 우리의 대화는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이 그렇게 잘, 흘러갔어.



네일을 마치고, 네가 오라고 했던 카페로 향했어.

정말 너랑 친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갑자기 다 아는 소재로, 대화 주제를 이어가는 널 보며.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졌어.



'남자 친구는 잘 있고?'

도발도 잘하고, 결국 귀차니즘 심한 나,

긍정적으로 행동하게끔 만들어주는 네가,

내 옆에 친구로 있어서 그동안 참 고마웠어.



그리고, 그날,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을,

적어도 네가 같은 뉘앙스로 했을 때.

아, 그 분위기라는 게 정말 무시 못 하는 거구나. 싶었어. 그땐, 마치, 내가 너를 친구로서 애정 하는 게 아닌 사뭇, 다르게, 보이는 건가? 싶더라.



너는 내게, 여전하네.라고 한 마디 했어.

시간이 주는 힘,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그냥 통하는, 그런 것들이 있잖아.라고 하면서.



내가 하려던 말을 네가 해서 그럴까?

아니면,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달콤 쌉싸름하지도 않고, 너무 우디향이 무겁지도 않고.

가벼운 우디 느낌에, 풀잎에, 적당히 달달함이 있는 향을 뿌리고 일을 하고 있는 너.



남사친이지만, 평소 남자로 보이지도 않았고.

그냥 애정 하는 정말 순수하게 친한 친구일 뿐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다르게 보였어. 그날,

그 분위기에 난 매료된 거야,



분위기와 내가 좋아하는 향, 말, 행동. 뭔가가

다 지극히도 조화로워서.

순간 적으로, 내가 널 좋아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해봤어.



근데, 아니더라고, 그건 내가 만든 상상?

혹은 환상도 뭣도 아닌, 그런 설명 불가능한 것.

열심히, 열심히도 우정에서 내 마음이, 새로이

바뀐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게 진지하게 묻더라고.

언니, 상대방이 궁금해? 보고 싶어? 등등... 스킨십의 질문까지.



나는 배시시 웃었어, 내가 걔랑 스킨십을 왜 해?

상상 불가인데?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내 눈빛에는 내가 미쳤어? 말 안 해도 알 만큼,

그렇게 내비쳐졌지.



안 궁금한데. 전혀, 그냥 그렇게까지는?

뭐, 친구로만.. 근데, 그 이상은 전혀 아닌데.. 난..



그리고 보고 싶냐, 그립냐.라는 질문.

보고 싶긴 한데. 그게 다야. 그립긴 한데, 그게 끝!

언니는, 언니 감정이 궁금한 거고. 언니 감정이 중요한 거지, 상대방의 감정. 상대방은 안 궁금해 한데? 사람이 호감의 시초가 되면 보고 싶고 다 궁금하고 그렇잖아요. 근데 언닌 전혀 아닌데?!



뼈 때린 것 같이 정리 잘해주는, 동생 덕에.

내 상상, 혹은 환상에서 일제히 벗어났고.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에 관심 없는 내가,

더 더욱이. 관심 없어졌어. 상대방의 감정 따위,



그 순간, 매료된 건 정확히 맞아,

내가 좋아하는 향, 느낌, 눈빛,

알쏭달쏭한 애매한 분위기. 충분히 나 조차도 어려운, 나를, 한 순간에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어. 모두,



네 말대로 나는 여전하고, 그 말을 바꾸면 즉, 한결같네? 일 수도 있겠더라.

여전히, 집에서 룸 스프레이를 뿌리고 멍 때릴 때면 그날의 분위기, 향, 서로의 제스처, 눈빛, 말투, 웃음. 뭐 이런 게 떠나질 않아, 내 머릿속에서.



근데, 그게 다야. 보고 싶고, 그립고, 매료되고.

그게 다야. 끝, 그 뒤엔, 난 그 어떤 행동도 전혀 하지 않아.



적어도 나는 모르지만, 틈틈이 나랑 친구를 그만 둘 생각을 넌 하고 있었던 거라면.

나는 진부하지만, 진부하지 않게 쓰는 게 또 작가의 내공이니까,



우리의 추억을 어느 드라마, 영화에 적어볼게.

모든 사람이 다, 시시콜콜한, 우리의 이야기를,

다 알 순 없겠지만, 너와 나만이 알 만한 그런, 시시콜콜하고도 진지하고도 또, 진솔한.



아,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를 친구로 애정 하다가, 마음이 사뭇 달라진 걸까? 싶었던 건. 누구라도 흔들렸을 거야. 누구라도 애매했을 거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웃음, 끊이질 않는 대화, 좋아하는 향. 그런 그 시시콜콜한 걸로

난 내가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줄 착각했어.

그날의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돼서.



몇 개월이나 지난 지금도 가득 매료되어 있는 걸 보니 역시, 드라마나 영화에 가득, 아주 쓸만해.

내가 친구로서 부족했을 수도 있는데,

내내 옆에 있어준 것. 만으로도 고마웠어. 참,



그리고 네가 내게 물은 질문. 그걸 듣고 나는,

얘 봐라? 얘 완전, 여우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질문이 도통 뭐였는지. 내가 과연 대답을 했는지는 섬세히 노코멘트할게.



넌 내가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했었?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려.

나는 진짜 계산이 빨라서. 나랑 함께 만나면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그제야 움직이는 것 같아.

(사랑이 잘, 동반되어 있다면)



그리고 진짜로 원하는 거면, 행동하는 것 같아. 너무 진솔한 나머지. 그게 뭐든,

내 선택과 조건에. 남자 친구를 당황시키긴 뭐,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꼭 하고,

스스로 엄청 간절해야 움직여. 무슨 행동이든,

그게 연애만 국한되는 얘긴 절대 아니고.



평상시엔 그냥 평범히 잔잔한 강 마냥 있다가.

진짜 이 사람이다 싶으면 모든 걸 다 거는 것 같아.

이제 그런 사랑, 더는 못 할 거라는 것. 현실적으로도 아주 알고 있고,



그렇게까지 예쁘게 사랑, 다신 하고 싶진 않은데.

너 만났을 때, 나 이젠 당분간 연애 안 하려고 흐흐.. 하며 웃던 내가 아직도 눈에 선해.



나는 그냥,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

결국, 내 안목 없음에 계속되는 실수로

내가 내내 아팠는데, 또다시 반복되는 게.



근데 굳이 안 할 필욘 없지 않냔 네 말에,

그땐, 크게 동요되진 않았는데. 현재 난 사랑보단 일 이니까,



근데 이제는, 너무나 헌신적이었고 너무나 사랑받았고, 너무나 열심히 사랑을 줬고.

그런 순수했던 내가, 내내 많이도 그리워서.

음.. 국한하지도, 마음을 닫지도 또, 중요한 건 더는 규정하지도 않으려고.



굳이 연애 안 하려고 집순이 자처하고 소개팅 거부하고, 모임 안 나가고.

하하 웃음만 나와서 정말, 이젠 더는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기도 하고,



언제는 할 거고, 언제는 안 할 거고.

그런 기준 따위. 규정 따위 더는 없어.



내 마음을 한 꺼풀 한 꺼풀씩 더 벗기는 게 아닌,

한 꺼풀 한 꺼풀, 한 올 한 올녹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이젠, 얼마든지.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가 잘 알고,

쉽지도 않단 것 진짜 잘 알지만, 나에게도 내가 엄청나게 어렵고. 엄청나게 중요한 만큼,

그만큼. 늘, 다가오는 상대방에게도 내가 어려웠으면 좋겠어.



네가 내가, 내내 쉽지 않았듯이.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