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키스만 하고 집에 가자. 이 말은 널 자극하기에,

내가 널 도발했던 걸까? 잔뜩 안달이 난 네가, 음흉해!

by 이승현

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왜 우리 키스하고 집에 가자. 가 아니라

키스만 하고 집에 가자야?

자긴 내가 목적이 아니라 키스가 목적이야?

키스야, 나야?! 선택해.



잔뜩 토라진 어투와 그 네 애교 섞인

모습이 그땐 참 귀여웠다.



응. 난 키스야

그러니까 우리 딱 정확하게

키스만 하고 각자 집에 가자.



자기 청 단호박이네..?



응. 맞아, 난 단호박이야!

나는 살포시 하나 과감하게,

다가가 네 두 볼에 손을 덥석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걸 꼭 내 입으로 말을 해야 알아?

이 바보야, 내가 단순히 키스가 목적이겠어?

당연히 네가 좋은 거지 뭘 물어 부끄럽게.

참 새삼스럽다.



넌 늘 꼭 그렇게 확인을 하더라?

그렇게까지 꼭 확인을 해야겠어 매번?

그래야 안심이 돼?



왜 또 나 바보야? 나 바보 됐어?

또 바보네 난..

근데 우리 좀 남녀가 바뀐 것 같지 않아?



'성별 같은 그까짓 게 뭐가 중요해.'



그 순간,



'쪽 '


그럼 자긴 뭐가 중요한데?



난 지금이 중요해. 같이 보내는 지금 이 시간

내가 앞으로 더 아껴줄게.

더 좋아해 줄게



네가 더 불안하지 않게

차분히,



또 차근차근.



그래서 어떻게?

하는 너에게,





'쪽쪽'

이렇게.



자~ 이제 됐지?

가자. 더 늦기 전에 각자 집에,

늦었다. 겨울이라 해가 참 짧네.



아직 가을이야. 하는 너에게,

그거나 그거나 하며.

방긋 널 향해 긋이 웃어 보이곤



얼른 가자. 빨리 안 오면 나 손 안 잡아준다!

나 통금 있어. 얼른 와. 어. 자기



키스하자며.

근데 그냥 이대로 가?

갑자기 난데없이 나 키스하고 싶어.

먼저 이래놓 사람 마음 심쿵하게 해 놓고

그냥 이대로 간다고? 뭐 야..

이대로?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근데 왜 자꾸 자기 나 조련해?

내가 개야?



그래서 어? 아쉬워?

그래서 어 싫어?



'아쉬워. 나 완전!

아니 좋아. 그럼 자기가 견주해.

내가 강아지 할게.'



좋아. 근데 난 개보단 개냥이가 좋아.

하며 활짝 웃던 그 시절의 나,

그럼 이리로 와서 내 손 잡아 얼른. 얼른,

애기야 얼른 오자. 뛰어!



나 애기야? 이젠 바보에서 또 애기야?

업그레이드 됐네? 우리 동갑이거든.

그리고 나 남자거든? 나 애기 절대 아니거든.



알았어. 빨리 와, 바보야.

뛰어! 얼른, 얼른.

와서 안겨. 지금 나한테,

네 여자친구 통금 있다..!



날 보며 해맑게 웃으며

정말 강아지처럼 뛰어오던 너.



또 좋단다.

으휴 단순하긴!



그래서 안 좋아?



좋아. 이래서

바보 같아서,

좋아! 이 바보야.

나는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승현아 나 말 잘 듣지?

이제 왔으니까 해줘. 키스



뭘? 난 이미 다 까먹었네. 이히히



내 짓궂은 장난에 너는,

화 한 번 안 내고



나 더 놀리지 말고.

하며 어느새 한껏 올라간

눈썹이 내 눈엔 새삼 귀여워.



아니 자기야 아~ 다 좋은데.

봐봐, 여기서 어떻게 해. 키스를.

말이 되는 소릴 해. 공공장소는 가려야지.

나 현대 지성인이야.



여기 공원이잖아. 보는 눈이 너무 많아.

그리고 여기 우리 집 근처라고 오-

우리 부모님.. 산책 자주 하신다?



나 따라와 이 바보야. 나 이제 통금 30분 남았다.

누가 그렇게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걸으래?

키스하고 싶으면 토끼처럼 빨리 어.

뛰어. 자기



키스 한 번하려고 목 빠지겠어 자기야..

그리고 여긴 우리 집 근처이기도 해.

우리 부모님도 산책은 잘하셔..



그럼 조심해야지, 자기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안 그래?

하며 찡긋 웃어 보이곤 나는



'후회하지 않게 해 줄게'

내 손 지금부터 꽉 잡고 절대 놓지 .

내가 말할 때까지 계속 뛰어. 알겠지?

시- 이작!



헉. 헉, 헉. 헤엑,,

자기야. 근데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건데?

이러다 기 벌써 통금 됐겠다.



'거의 다 왔어. 이제 곧이야'



너와 나는 헥헥 됐고 너는 유난히 더 숨차했다.

내가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하게 만들어줄게.

기대해. 빨리 와 저기야 저-기!



자기야 자기, 폐활량 좀 더 늘려야겠다.

괜찮아 제 나랑 같이 운동하면 돼.



자, 이거.

이어폰을 한쪽씩 사이좋게 나누어 끼고

조용히 재생면 그때, 노래가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언제쯤 키스해 줄 거냐며.

아기처럼 떼쓰는 너에게



자기야, 우리 지금 땀 흘렸고 또 뛰었고

상당히 숨차고 그렇지?



나 지금 분위기 잡고 있잖아.

자기도 동조 좀 해 에~

무작정 하는 키스 그거 별로 매력 없거든?



이 노래 좋지?



'응. 좋다 근데 자기야

자기 말 왜 이렇게 잘해?'



그런가 아.. 난 별로 모르겠네.



자기 지금 키스 한 번 하기 되게 힘드네.라고

하려고 했지?



자기야. 근데 원래 인생은 힘든 거야.

불쑥 너에게 다가가, 배시시 웃으며.



네 볼을 두 손으로 잡곤 입술이 아닌

볼에 쪽 입 맞췄다.



자기야 이거 키스 아니잖아? 하 너에게,

자기야. 아직 안 끝났어. 뭐가 그렇게 급해.

난 안 급한데. 기다려,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하게

해 줄게. 맘껏 기대해도 좋아.

나 립밤 좀 바르고 입술이 너무 트네.



그 순간, 너는 말이 없어지고

네 눈이 살며시 풀렸는지 네 눈이 말똥말똥 한 지

채 기억도 나지 않아.



가로수 등은 내내 켜져 있었어도

거긴 좀 어둑어둑했거든.



네 표정이 안 보여서 좀 아쉽다.

다음엔 내가 여기보단 밝은 곳 잘 찾아볼게~

그래도 너랑 같이 있으니까 참 좋다.



기다렸다는 듯이, 너는

나도. 나도 같이 있어서 정말 좋아, 행복해

라고 말했고



나는 평온하다며 네 옆에 딱 붙어 앉아

서서히 네 애간장을 더 녹였다(?)

사실 더 녹일 애간장도 남아있지 않았겠지만 흐흐



이번에도 애교 부리는 네가

귀여워 장난 좀 쳤을 뿐인데.



우 씨. 하는 듯한 네 입술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이제 눈 감아 눈 뜨면 반칙이야.

근데 나는 뜰 거야. 네 표정이 어둑어둑해서

안 보이지만 그래도 자꾸 읽고 싶어 궁금해

네 표정도, 네 마음도.



뭐야 아.

왜 너만 눈 떠.



'그럼 너도 눈 떠. 우리 둘 다 눈뜨고 하자.

그거 참 신선한데? 그럼 되지 뭐가 걱정이야!

궁금하면 한 번 해보시던가

나는 궁금한 거 절대 못 참는 성격이라.'



그리고 기억해. 이 순간을,

그리고 앞으론 불안해하지 마.

나 남사친 많은 것 맞는데.

나한테 남자친구는 너 하나야.



네가 조급하지 않게 불안하지 않게

내가 더 노력할게. 내가 앞으로 더 너를 아낄게.



너는 내게 감동이라고 말했고,

깔끔하게 장소 물색까지 마친 그 기나긴 키스는,

그렇게 끝이 났다. 말 절대 잊을 수 없게 됐다.

그날 너무 뛰어서.



그런데 석하게도 그 사이 내 통금은

이미 훨씬 넘어버린 것이다..

뜨아 아..



'자기야. 아쉽지만 나 이제 가야.

나 통금 넘었어. 그만 일어날까?' 하며

꼭 너를 더 안아주는 나에게,



나 지금 못 일어날 것 같아. 하던 새삼 간절한 너.



'아니 왜 에.. 나 더 늦으면 안 돼 에. 우리 이제

못 볼 수도 있어 한동안.'



아니 나도 당장 일어나고 싶은데..

그게 아니라,,,



아니 자기야. 정확히 말을 해.

대체 왜 못 일어나?

내가 업어줘? 안아줘?

나 진짜 가야 해에. 흑흑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오..

넌 땀만 흘리지 않았을 뿐이지 세상 난처해하던 너.



난 너의 시선을 살며시 따라갔고

너는 난감해하며 날 보며 민망한 듯이 웃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키스도 아닌 것이,

훅 지나갔다.



< 번외 편>



'우리 다음엔 다른 조금 밝은 곳 가서 하자.

여긴 너무 어둡다. 난 네 표정을 꼭 보고 싶어

그때 우리 집 근처에서 하다가

나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여긴 이제 마음 놓고 할 수 있겠다. 키스.'



자기 여기서 하려고 장소도 손수 물색한 거야?



그러 엄~ 내가 산책하며 찾았지. 어때. 예쁘지.

나무도 있고 오. 야경도 나름 있고?



자기 보기보다 음흉하네.

귀여워.



응 맞아 나 음흉해. 인정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3대 욕구가 있다고.



넌 매번 그런 음흉한 변태 같은 눈빛으로

나 쳐다보잖아. 이 변태야~

나는 찹쌀떡 같은 네 볼을 마구 집어

세차게 흔들었다. 진짜 떡 집는 것처럼,

신기하다는 듯이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아주 흡족한 듯이.



매번 내 볼 꼬집었지. 나도 한 번 꼬집어 보자

우왕 기분 좋아 남자 친구 볼살 만지는 기분

이런 기분. 꺅! 좋다



아.. 아 자기야 살살 나 아파.

이젠 하다 하다 나 변태야?



'응.'



자기 단호박인 줄.



그거 내 별명중 하나

그런 소리 자주 들어.



자기가 예쁘니까 늘 그렇게 쳐다보지.

아님 그렇게 예쁘질 말던지.



예쁘단 말 금지. 나 예쁘단 말 싫어해

근데 자기 되게 잘 생겼다. 웃을 때 배우 김재욱

닮았어. 절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얼굴이야~

어디 가서 이렇게 웃지 마. 나 질투나



자긴 싫다고 하지 말라면서. 왜 난 칭찬해?

자기 자꾸 심쿵하게 할래?

그리고 왜 자꾸 나 꼬셔?



'응. 할래 자꾸. 그리고 나 자기 안 꼬셨는데 (웃음)

그냥 실을 말한 것뿐이야. 팩트'



자기 왜 자꾸 나보고 윙크해?



'그냥.. 자기가 좋아서- 어.'



근데 자기 보조개 되게 예쁘다.



'응. 나도 알아 되게 특이하지.

입가에 있어서 가만 보면 주름 같은데

되게 독특하다. 싶어서 나조차도 싫었는데,

가만 보니 또 좋아! 내 보조개.

고집불통 이승현 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



알긴 아네?



치이. 나도 다 알거든.

나 보통 아닌 거. (찡긋)



그래서 내가 넘어왔잖아.



애석하게도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난 전혀. (속닥)

자네. 이미 내게 빠진 건가?

근데 너도 알지? 네 얼굴은 더 보통 아냐.

너무 잘생겼어. 근데 미안.

내 스타일은 아니야. (단호박)



칭찬을 하던지. 뭘 하던지 하나만 해.

하며 자꾸 피식대는 너.



너라서 좋은 거지 다 너라서.

근데 나는 이렇게 잘생긴 사람.. 음..

내 스타일은 아니야 딱히.. ?



그게 지금 애교 부리면서 윙크하면서

할 얘기야?



'응. 할 얘기야 완전. 나 아직 애교는 안 부렸고

그냥 윙크만 해봤는데.

집에 가기 싫어지라고 너 자꾸자꾸

내 생각만 나라고 메롱.



근데 자기 머리 쓰다듬으니까 기분 되게 좋다.

괜스레 평안해져 히히 자기 고마워.'



p.s 이게 벌써 몇 년 전일이야..

나 하나도 기억이 안 나

키스의 촉감도 그... 키스가 뭐더라..?

그래도 추억을 복원하는 일을 하는 나는 행복..

행복.. 행.... 하.. 다 (훌쩍)

이런저런 경험도 기억도 많은 나는,

지금도 연애를 하든 안 하든 여전히 이 하드 한 사회를 살아가지만 가끔은 불행하고 또 자주 불안해도 그래도 행복하긴 해. 정말 많이 감사하고,



이 기억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