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가 내 번호를 물었다. 이거 나한테 관심 있는 건가?

- 아님 내 착각인 건가? 하는 연애 고자인 내 물음에,

by 이승현

"언니! 이건 100 퍼죠.

누가 관심도 없는 여자에게 번홀 물어요?"



'앗.. 그런 가아..!'



"그래도.. 내 착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꽤 많이 늦게 도착했으니.

다들 밥 먹으면서 먼저 번호 교환한 건 아닐까."



"에이.. 그건 또 다른 거죠.

그럼 직접 물어봐요 언니! 확실하게."



'연애 고자 아... 이 연애고자..

나 이젠 못 물어보겠다고.

정말 별 것도 아닌데..



잘만 묻더니 예전엔. 진짜 나 변했다 아.

그렇게 나 상처 주더니.

나도 그렇게 상처받았나 봐.'



"상처받을까 봐, 괜히 착각일까 봐..

못 물어보겠어. 그동안 나 꽤 상처받았나 봐.

아휴 어쩌지."



"언니. 상처받더라도 그냥 물어봐요~

언니 정도면 진짜 괜찮지.

그분이 땡잡은 거예요.



내가 남자였음 언니 만났을 거예요 진짜.

그냥 자신감 가지고 물어봐요. 뭐 어때~



아무리 봐도 그분 언니한테

관심 있는 거 빼박인데.



그렇지 않고선 먼 자리까지 바꿔 가면서

언니 옆으로 왔겠어요?

그리고 거기서 얘기까지 진지하게 들었다면서요."



"그런 가아.. 흐흐 주연아. 고마워,

일단 물어봄 이잉...!"



나는 몇 번의 연애와 몇 번의 상처 속에서

그렇게 연애고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뚝딱)



"저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내 번혼 왜 물은 거야?"



"다들 내가 늦게 온 동안 밥 먹으면서

번호 교환 한 건가? 다른 분들이랑도

번호 교환했어?"



운전하고 있던 그는

느지막이 답장이 왔다.



"다른 분들이랑은 번호 따로

교환 안 했어요.."



(???)



그럼 이건 뭐지..

대체 내 번혼 왜 물어?



"번호 교환하잔 말이 따로 없어서.."



잉? 이건 또 무슨 소리??

먼저 내 번혼 잘만 물어놓고

번호 교환을 따로 안 했다고?



"아 아, 그렇구나 아. 그럼 내 번호는..

대체 왜 물은 거야?

효정이랑도 번호 교환 안 했어?

꽤 친해 보이던데."



"아 효정 누나가.. 잘 챙겨 주셔서.

친하진 않아요.

효정 누나랑도 번호 교환은 안 했어요~

그럼 누난요? 다른 분들이랑 번호 교환 했어요?"



"나..? 나 어제 처음 간 거라서..

안 했지. 하하."



"다른 남자분들이랑도 요?"



"응. 나 어제 처음 갔고. 그 자리에,

번호 알려준 건 네가 처음이야.

그래서 넌 대체 왜 물은 거야..?

나랑 그냥 친해지고 싶은 건가?"



'꿀꺼억.. 요 연애고자가 드디어 물었다.'

그리고 그 연애고자는 진짜 몰랐다.

관심 있어서 번호 물은 줄은..



평소 남녀노소 모두 내게 당당하게,

또 아무렇지 않게 번홀 묻길래.

그냥 그렇게 나 어렵게 용기 낸 줄도.

난 몰랐다. 다들,



"저 누나한테 관심 있어서. 물었어요. 번호.

근데 알려 주셔서 기분 정말 좋았어요."



"아 그랬구나. 몰랐어..

네가 엄청 조심스레 묻길래~ 다들 교환했는데.

나만 번호 교환 안 했나 보다. 했어.."



엥?? 연애고자는 잠시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려...



p.s 내 미래의 남자 친구야..

나 철벽 치는 연애 고자야.. 흐흐.



내가 다가갈게. 이젠 그러니까 나한테

좀 사인을 줘.. 제대로 내가 알아볼 수 있게 :-)



난 말이야 고백하는 순간에도 잘 몰라...

갑자기 나랑 영화 보자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마구 사주고

좋아하는 거 마구 사주고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만나자고 해도 몰라 아..,



여동생 선물이랍시고 골라달라고 하고

맛있는 거 사주고 데이트 신청해도 몰라...



치킨 사줘도 몰라.. 하하.

나 말.. 다 했지..?



그냥 말이야, 난 술 사준다 꼬셔도

철벽 쳐. 저 술 못 마셔요..

팩트니까.



영화, 책, 문화생활, 선물.. 하며 꼬셔도

그렇게 다가오면 에? 갑자기요? 제가 왜요?



자기 옷 골라 달라고 해도 난 친구가 없나 보다.

참 불쌍하다 하고 나라도 골라주자.



다음 주에 또 보자. 어디 어디가 좋대,

거기 같이 갈래? 하며 꼬시면 저 피곤해요.

집에 가서 잘래요.



집 근처야 나와. 하며 야구하러 가자 꼬시면

네? 제가 왜요? 갑자기요? 이런 거 짱 싫어요.



배구 보러 갈래? 스케이트장 갈래? 등산 갈래? 등등 취미로 꼬시면 배구는 배구 메이트 있고요.



스케이트장은 아픈 추억 있어서

저 지금은 안 가고 싶어요.



등산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한 번 가보려고요.



(아.. 철벽 치면서 제대로 멕이네.

가긴 갈 건데요 그쪽들이 아무리 꼬셔도

너, 너, 너, 너. 너 님들과는 절대 안 갈래요.

뭐 이런 건가 흐흐.)



내 미래의 남자친구야, 그냐 앙... 거기 있어.

딱! 내게 다가오지 말고 또 이 연애고자의 철벽에,

치여 아프지 말고. 내.. 내가 갈게.. 이번엔.



싸인만 제대로 줘. 싸인만.

시그널 제대로 보내. (단호)



음.. 경고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가와.



나 이미 지쳤어. 그래서 나 지금 0이야.

그러니까, 0+1=1



하나가 되게,



거기 있어. 나는 상여자라서

기다리고, 참고 이런 거 잘 못 해.

그냥. 거기 있으면 내가 갈게.



조금만 기다려줘,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나 진짜 괜찮은 사람이니까.

잘 참고 잘 절제하고, 다가오지 말고.

거기서 기. 다. 려주. 세. 요!



내가 먼저 고백할 때까지.

사랑은 소유가 아니잖아,



잘 주고받을 수 있게,

서로, 잘. 보듬고 보듬어 기다려보자.



본래 다이아몬드 원석은,

수 없이 깎이고 깎여야 하는 법이니까.



사랑해,라는 말이 만약 시시하다면

밤새 더 예쁘고, 아름다운 말로

알록달록 속삭여줄게.



그런 무지개 같은 나.

딱 기다려,



내가 갈 테니까.

많이 늦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