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펜팔을 시작했다.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근데 이 펜팔로 외국인 친구를 진득하게
사귀어 공부하려는 내 의도와 다르게,
나는 한국인 친구를 사귀게 됐다.
나랑 3살 차이, 한국인으로
중국 유학 중이라고 한다.
난 그저 그런가 보다, 많이 외롭겠다.
향수병 안 걸리려나? 하고 걱정하는 찰나,
그 한국인 친구가 곧 귀국한다고 했다.
한국에 들어가면 꼭 만나자고,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나라고 한다.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자연스레 재밌게 해줘야 할 것 같고.
부담감과 책임감이 마구 든다.
그래서 난 솔직하게 말했다.
한국에 친구는 없냐고,
만나는 건 다 좋은데 내가 책임지고
막 재밌게 해 줘야 할 것 같고 부담감 느낀다고.
심지어, 한국은 10대 때 있었다니까.
요고 요고 몇 년만인 거야.. 하..
그런 내게 넌 부담 가지지 말란다.
그냥 편하게 해 편하게. 같이 놀잔다.
경계했다. 내내,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난 물었다. 펜팔로 사람 사귀어 봤냐고.
난 진짜 처음이라고, 그리고 진짜 사람 맞냐고.
장기 매매 이런 거 아니냐고? 놀라서는.
프로필만 멀쩡한 사람이고, 만났는데 쓱
내 간이라도 떼가는 거 아니냐고.
나 너무 무섭다고. 솔직히, 만나기 전부터.
한국에 얼마나 그런
기사가 많은 줄 아느냐고.
넌 내게 왜 이렇게 겁이 많냐고 물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경계하냐고 말했다.
자기도 다 처음이라면서,
펜팔로 사람 사귄 것도.
한국인 친구가 생긴 것도.
10대 이후 오랜만에 한국 가서
그 사람과 놀 생각에, 들뜬 것도.
설레는 것도, 다 처음이란다.
편하게 생각하란다. 나보고,
한국에서 무서운 기사 보면 그런 소리
못 할 텐데..라고 속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얜 누나만 괜찮다면,
일주일 정도 귀국 일정을 당겨 보겠다는데.
많이 설레어 보였다. 귀엽다, 순수하고 예쁘다.
정말 그 모습이,
근데 어떻게 하지?
진짜 어이없어하며, 장기 매매는 아니라는데.
왜인지 모르게 긴장되고 두려운 것.
'나 이제 누구 좋아하고 그런 거 하면 안 되는데..'
두렵다, 많이 무섭고..
우린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알아갔고.
우리의 첫 만남도 역시 조금 특별했다.
영화 같았달까.. 나만 그런 가아?
천천히 알아 가던
어느 날.
사실 나 아메리카노 못 마셔.
담뱃재 맛이 나는 걸 대체 왜 먹는 거야?
나 참고로 비흡연자.
사실. 나 요거트 스무디, 딸기. 베리류 좋아해.
라는 걸 그 후에나 말했지. 난,
네가 맛있는 걸 사준다기에 스무 살이
무슨 돈이 있어. 하며 카페에서 가장
싼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리고 그 애는 나중에 알고 나서 나보고,
그럼 얘길 하지. 나 달달한 거 좋아한다고,
딴 거 시킴 되지. 그거 얼마나 한다고 이 바보야!
라고 말했지만, 그 애가 매번
마시는 그 아메리카노가 으른의 맛이라는
친구들의 나를 놀리는 말에, 소주도 아니고 뭐,..
아메리카노가 과연 으른의 맛인가? 하며.
같은 걸 시켜 놓고 난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으 써.. 이걸 대체 왜 마시는 거야?"
사실은 그 애와 같은 곳을 보고
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마시고
또 같이 느끼고 싶었다.
네가 좋아하는, 그 아메리카노를.
그리고 너를,
알고 싶었다.
난 점점 너란 사람이.
사실 널 만나기 전까진
내내 무서워 경계했지만,
어쩌면, 너도 밤이 되면 무섭고
스산한 새벽엔 더 무서워 늘 조심스럽다는 걸,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만나는 내내 알게 되어 좋았다.'
그래서 얼굴 찌푸리면서도, 한 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이듯이,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같이 시킨 허니브레드. 이건 뭐.
찻값 보다 더 비싸네. 그냥 내가 살 걸 그랬나 보다,
속으로 그렇게 되뇌며.
감사히 잘 먹겠다며.
난 야무지게 먹는데,
네가 잔뜩- 귀여워죽겠단 표정으로,
천천히 먹으라며. 냅킨으로 내 입술을 쓱 닦아줬다.
'후 하 후 하-'
심장이 쿵쾅 거린다. 자꾸만,
"갑자기 뭐야? 내가 할게. 아 놀래라."
"누나 왜 놀래, 왜 긴장해?
나 그냥 생크림 닦아주는 건데."
너는 내 속도 모르고 웃었다.
"네 얼굴이 내 얼굴 바로
앞에 있는데 그럼. 놀라지. 안 놀래?
진짜 아. 갑자기 이러지 좀 마.
아고 심장이야. 놀래라.
그 냅킨 줘. 내가 할게."
난 도도하게 말했다.
잔뜩 놀라서는,
넌 뭐 심장까지, 놀라느냐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내 얼굴 앞으로 쓱,
또 다가오더니 알았어. 미안해, 안 그럴게.
하더니. 내 입술을 손으로 살포시 집었다.
'아니 이건 또 뭐...'
"너 진짜 이러기야? 흐지 므라그!"
너는 귀엽다는 듯이 날 보며,
영원할 것처럼 담뿍 웃었다.
"나 아파.. 잉."
내가 아프단 말에 놀라선 많이 아프냐고,
바로 미안하다고. 손을 뗐다.
내 얼굴 바로 앞에 네 얼굴, 정확히는
네 손과 입술이 있는데. 이 벌건 대낮에 카페에서,
이거 뭐 하는 거냐며. 내가 빨리 멀어지라고!
도도하게 눈을 흘기며, 말하자 그 애는.
"왜 뽀뽀할 수도 있지."
한 마디 했는데, 나는 거기서 얼어붙어 버렸다.
우리 무슨 사이야? 는 개뿔..
언제나 묻지 못해 난 답답해 죽겠는데.
사람 속 타는 것도 모르고..
진짜 우리 무슨 사이냐고. 젠장!
입이 떨어지질 않아..
물어봤다가 멀어지면? 아..
"뽀뽀? 카페에서? 그건 아니지."
"왜 서로 좋아하면 입 맞출 수도 있지."
얘가 오늘 왜 이래. 가뜩 돌직군데,
오늘 진짜 아 이상하네. 왜 이렇게 나를
순간 이동하고 싶게 만들지? 나를 들었다 놨다.
속으로 내내
중얼거리다가,
카페에서, 뽀뽀나 키스는 절대 안 되는 거예요.
공공장소 에티켓! 하며 내가 도도하게 말하자,
너는 내 코를 터치해 간지럽히며 말했다.
"알았어. 공공장소니까.
그럼 볼! 볼 꼬집게 해 줘."
5초 전에 꼬집은 건 그건 볼이 아니고
대체 뭐냐고요.. 저기요..?
도도한 표정과 곧 울 것 같은
내 표정이 오버랩.
"내가 말했지. 그건 안 돼. 동물원 원숭이 된
기분이었다니까. 그때, 막 모르는 사람인데,
남녀노소, 내 볼 보면 다 만지고.
지나간단 말이야. 힝. 나빴어. 진짜
나쁜 사람들.. 나빠 아. 힝.."
"그러게. 나쁜 사람들이네.
누나 표정이 곧 울 것 같아서 더 부탁을 못 하겠다."
오호라? 이제 포기. 후우. 하고
숨을 몰아 쉬려는데.
"나 소원권 쓸게~ 누나.
나만 볼 만지게 해 주면 안 돼?"
"그럼 그 솜사탕 같은 귀여운 네 볼.
나도 만지면 안 돼?"
나는 토끼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기심 가득하게 물었다.
"난 오케이야~ 언제든 다 만져도 돼.
만져. 그럼 나도 누나 볼 만진다!"
"이래서 볼, 볼 하는구나. 나 사람 볼
난생처음 만져봐. 진짜 행복해 에."
'너라서'
설레고 행복했던, 그날.
*감사일기
- 설렜다, 오랜만에 설렘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 현은 대체 내 볼을 왜 꼬집었지?
왜 나랑 입 맞추려고 했지?
내내, 궁금해. 호기심 가득이라. 참 감사하달까..
- 현이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는 오늘 경험해 보아서
좋았다. 참 쓰지만, 쓰다.. 그래도 함께여서 좋았다.
감사하다.
- 현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 내 얼굴 앞에 바로.
자기 얼굴이 있어 설렜을까? 에이 그건 아닐까?
모르겠다. 나도, 그래도 현을 하루하루 알아갈 수 있어 영광이고(?) 감사하다.
- 내가 정말 현을 좋아하나? 나도..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그래서 현이 나보고 과제 같다고 말하는 걸까??
백과사전, 과제,.. 등등 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깨달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감사하다.
#2024년 시점
이승현이 이승현에게.
- 근데 진짜 싫어하는 사람이랑, 입 맞출 수 있어?
가능? 완전 불가능이지.
그리고 네 얼굴 바로 앞에 상대의 얼굴,
배시시 웃던. 그 해맑음 사이로.
잔뜩 수줍음을 숨기고, 그러고 나서.
말한 것 아냐?
뽀뽀할 수도 있지. 뭐.
입 맞출 수도 있지. (서로 좋아하면....)
라고.
그 시절, 용기 냈었던 것.
아닐까? 그 애는?
네가 이 말을 하면 멀어질까?
끝날까? 불안해 발 동동 구르는 사이.
그 애는 무서워도 용기 냈다고,
어쩌면, 귀국 날을 7일이나
당기는 것도. 경계하는 나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천천히 다가가겠다고.
말한 것도, 무슨 부담을 가지냐고 한 것도. 다,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