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일기
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
고약한 엄마의 성격을,
비위를 다 맞추려니. 정말 힘들다.
엄마가 아픈데 이런 생각부터 드는 것 보니
난 딱히 효녀는 아닌 것 같다.
별로 착한 딸도 아닌 것 같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정말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 힘듦은 과연 끝이 있을까..?
현은 내게 누나 같은 사람
처음 본다고 말했다.
칭찬인데, 분명
그런데. 괴리감이 느껴진다. 자꾸만,
"다들 요즘은 본인 살기에 바쁘지.
엄마 간호까지 하고 누나 참 착하네."
"누나 같은 사람은 처음이라고, "
그 앳된 칭찬에, 뭔가 난 굉장히 부끄럽다.
연애하기에도 결혼하기에도.
누난 정말 괜찮은 사람 같다고.
"아?? 내가?? 전혀 아닌데,, 전혀."
현이 나를 자꾸 빛나는 사람으로 안다.
나 사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인데,
저 하늘의 반짝이는 별 같은.
현과 나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자꾸만 마음이 파도처럼,
잔뜩 일렁인다.
이상하다.. 눈물 나고,
자꾸만 마음이 내내 일렁거린다.
너무 부족한 나에게,
자꾸만 화가 나고 화딱지가 나다 못해.
눈물이 나고.. 자꾸만 슬퍼져.
그래도 현을 보기로 한 날은 이런 감정을
속시원히 얘기하지는 않는다.
마치 감추인 진주처럼, 현에겐
내 감정을 잔뜩 감춘다.
그저, 그가 너무 좋아져 버렸나 보다.
그냥, 난 내 눈앞에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하니까. 그냥 다.
정말 고맙고, 참 감사한 마음이니까,
그런 현이 내게, 옷을 빌려줬다.
병원에서 엄마 간호를 하며.
며칠 째 집에도 못 간 그런 나에게,
에어컨 때문에 내내 춥다고 하는 그런 나에게.
헷갈렸다. 순간,
"누나 이거 입어."
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흔들렸다. 내내,
현도, 나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혼란의 카오스다. 진짜.
그런데 오늘은 엄마의 재활치료 시간으로,
현을 잠깐 밖에 못 봤는데도 정말 기뻤다. 좋았다.
설레고, 행복했다. 내가 또 자꾸만,
웃고 있다. 내내,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날 보고 현도 웃는다. 내내.
알고 싶다, 나는 네 마음이.
너의 회색 가디건을 내게 챙겨주며.
인증샷! 보내줘.라고 장난스레 말하는 너.
'무슨 마음인 걸까 대체..?'
모르겠다. 이젠 더 더욱이,
너무 멀리 왔나. 난 다, 잘 모르겠다.
너에게 그냥 물으면 될 것을,
난 친구에게 물었다. 무서워서 내내.
"현이가 가디건을 빌려줬는데,
인증샷을 보내래. 이거 대체 무슨 의미야?!"
"너 챙겨준 것 아냐? 너 보고 싶으니까.
인증샷. 보내라고 한 거고?"
"에이. 말도 안 돼 에. 그럴 리가 없어.
현이가 나를? 그렇게 멋진 애가?
왜 나를?..."
친구는 자꾸 널 비하하지 말라니까.라고
말했다. 아주 단호하게,
"너 남석오빠랑 헤어지고 많이 변한 것 같아.
승현아. 자신감도 자존감도 높은 네가..
변해서 나 많이 안 쓰러워.
물론 변했어도 보통 사람들보단 자존감은 높지만, 그래도 자신감 넘치던 네가. 난 그리워..
너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제발 그러지 좀 마.
그리고 답답하면, 그냥 물어봐. 현이에게.
멀어질까 봐. 겁나는 거 다 이해해.
끝이 날까 무서운 것도, 근데. 네가 그렇게까지.
혼자 아파하며. 더 앓진 않았으면 해.
사랑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는 거잖아."
친구는 나를 울렸다. 나는 감동받았다.
그리고 고마웠다. 많이 미안했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복합적인 감정이 미묘하게 스며들었다.
"이게 또 무슨 말??"
나는 인증샷을 정성껏 화장실에서.
전신샷으로, 현에게 보냈다.
그 빌려준 가디건을 입고.
현은 내게 얼굴이 잘 안 보인다며.
사진을 다시 보내 달라고 말했다.
'응? 이게 무슨??
진짜 지현이 말이 맞나? 앗.. 아닌가 아..?
난 그저 자기가 가디건 빌려줬으니.
그거 잘 입고 다니는지가 궁금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에.. 혼란스럽다 아..'
모르겠다. 나도,
머릿속은 더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아무 의심도 없이.
아무 질문도 없이,
내 사진을 난 그저, 전송했다.
(나답지 않았다. 질문을 던져도 꼭 던져야 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어야 나 다운 건데.)
인증샷, 의 인증은 가디건을 인증하라는 게.
아녔나? 왜지? 뭐지,,
내 얼굴이 잘 안 보인다고?
다시 보내 달라고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
고구마 삼천 만 개를 홀로 먹은 것 같다.
그냥 물어볼걸.. 다
고구마 삼천 만 개면.
그냥 사람 죽어. 힘들어서,
나 지금 많이 힘든가?
이 짝사랑이?..
나만 모르는 건가. 진짜?
나 혼자만, 짝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친구들의 말에 그건 동성의 의견이잖아, 라며.
전혀 믿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자신 있게.
남사친들에게 물었다.
왜...? 왜.. 지?
왜 대답이 같아? 그럴 리가.. 아?
그냥 묻지 말 걸.
물을 거면 다 현에게 물을 걸.
내 심장이 마구 피가 안 통 하는 듯이.
찌릿했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자꾸 난다.
잘 웃고, 행복하게, 놀다 잘 왔는데.
근데 막.. 감정이 동요된다.
누군가에 의해 흔들려서도, 흔들릴 수도 없는
그런 인생이다. 나는, 정신을 차려야겠다.
이대론 안 되겠다. 더는,,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넘실대는
파도 저편으로. 내 감정을,
내 육체를. 내 영혼을, 모두.
다 걸어야 하는 게 만약 사랑이라면.
나는 지금.. 사랑이 시작된 걸까?
그런 거면 만약 우리 쌍방이 아니라면...
그냥 나만 혼자 조용히, 좋아할게. 너를.
나 너 진짜 좋아하나 봐. 근데 좋아하면 안 돼.
같은 감정이면 안 돼. 절대,
멈출 수가 없어. 그럼.
소용돌이치는, 이 감정에 몸 담아
그냥 함께이고 싶어.
하지만, 이건 이 세상에서 가장
못 돼 쳐 먹은 나만 알아야 하는 비밀이야.
내내 회피했고, 내 감정.
너도 어렵고 계속 몰랐던 거면.
계속 모르는 척 해.
그냥 그래야만 해. 계속,
'짝사랑이야. 조용히 좋아해.
티도 내지 마. 절대.'
애교 많고 그래서 자연스레 나오는 그 앙탈도,
어떤 표현도, 그 아무것도 내 뜻대로 못 하는 거면. 그거 진짜.. 이승현은 맞긴 한 건가?...
*감사일기
- 현을 사랑하게 됐나 봐. 내내 회피했어,
이 감정을 나만은 알게 되어 기뻐. 감사해.
- 근데 짝사랑이니까, 조용히 좋아해야 한다는 게.
많이 슬픈데. 그래도 현을 알게 되어서,
현을 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정말,..
- 언제까지 회피, 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내내, 아프겠지만. 차라리 내가 혼자 아픈 게 나아.
이게 다 진심이라서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
#2024년 시점
이승현이 이승현에게.
- 2024년에 죽을 만큼 아플 거야.
네가 계속 회피한 그 까닭에,
어제 일처럼 마치 영화 한 편 보는 것처럼,
생생해도 울지 마아.
(사실은, 그 반대로 말하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