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부산에 가는 날이었다.
나는 마음이 아파서. 훅 여행을 떠났는데,
아마 이건 거의 뭐,..
나의 회피 여행인 것 같다.
근데 이상하리 만큼
정말 이상하다.
부산엔 비도, 우박도 잘 오지 않는다는데.
부산 토박이인, 은혜언닌 꼭 그렇게 말했는데.
오늘은 부산 여행 계획이 다 틀어질 만큼.
내가 대전에 일찍 가야 할 만큼,
많은 진눈깨비와 비,
그리고 우박이 세차게 내린다.
그날도, 그렇게 비와 우박이
많이 왔었는데.
대전에도 우박은 잘 오지 않으니까.
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은혜언닌 나보고
정말 신기하다며.
부산엔 비도, 우박도 잘 오지 않는다며.
반복해 말했다.
이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나보고 비를 몰고 다닌다며 언닌 장난을 쳤다.
'그래 맞아. 그날도, 진짜 비가 왔었어.'
'그래.. 우리의 첫 이별. 그날.
그날도, 어김없이 우박이 내렸어.'
하늘도 너무 슬퍼 비가 쏟아지나.
우박이 다 떨어지나? 했었던 그날.
대전에서의 기억.
그날은 소나기였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소나기.
세차게 떨어지는 빗속에서. 우산도 없던 너는,
나를 내내 역에서 기다렸을까?
아니 이, 아니지. 막차 끊기기 전엔.
그래도 갔을 거야. 서울에.
감기는 안 걸렸을까. 괜찮을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간다고 했으면 좀 가던가,
아님 못 간다고 정확히 말을 하던가.
왜 이러는데. 너 진짜. 왔다 갔다,
평소랑 다른 내 모습.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다.
아 진짜 내 감정이란 놈은,
끝까지 날 괴롭게 만든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나는 너한테 내내 나쁜 년이냐.
참 어설프게도 나빠서.
자꾸 욱신 거린다. 내 마음이, 내내.
너랑 꼭 얘기는 해 볼 걸,
네 간절함에 자꾸 눈물이 난다.
이별할 때 하더라도 갈 때 가더라도
너 붙잡는데. 그냥 좀 붙잡는다잖아.
가서 좀 손도 꼭 잡아주고,
하.. 아 따뜻하게 안아주지. 좀..
이 못 된 년. 진짜 난 구제 불능이야.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너를 갑자기 떠난 그날.
나는 이유도 없이. 정말 아무 이유도 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내내,
시름시름 계속 언제까지라는 기한 없이
나는 너를 앓았다.
오늘은 너와의 이별이, 나에게도 너무 충격적이어서. 내가 벌인 이 허튼짓이,
너무 모질어서. 갑자기 떠난 내가.
소꿉장난 하는 것처럼. 전혀 가볍지가 않아서,
그래서. 난 너무 아프고, 아파서.
오늘은 매일 쓰는 감사일기를 패스해야겠다.
목까진 차오른, 나의 울음은..
오늘도 참고 참아 패스해야겠다.
한데 눈물이 그렁그렁 하다가,
뺨 사이로 나도 모르게.
주룩, 흘렀다.
#2024년 시점
이승현이 이승현에게.
- 너만 아플 거라고, 정녕. 너만 아팠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호언장담하던 그 잘난 이별.
과연, 너만 아팠을까 승현아?..
그래도 회피는 하지 말지 그랬어.
그렇게라도. 덜 아팠으면 좋았겠다.
너도, 그리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