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음악을 그만둔 이유.

- 만 6세이던 나는 엄마랑 아주 대판 싸웠더랬다.

by 이승현

나는 어릴 적 유달리 음악을 사랑했다.

아니, 아주 많이 좋아했다.



나에게 음악은 좋아해,라고 외마디조차

바로 못 외치는 첫사랑 같달까..?



그런 음악을 나는 울면서 그날

처음으로 엄마에게 화를 가득 내며 그만뒀다.



만 6세이던 나는 그날 아주 엄마랑 대판 싸웠더랬다.



그 이유인즉슨 이랬다.

나는 천재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그냥 내 이름 세 글자로,



선생님이 나보고 천재래. 너무 싫어. 불편해,

부담스러워. 악보를 모르던 그 시절 감으로

이 정도를 연주한다는 건 아주 대단한 거라며.



첫 번째. 천재성이고 나발이고, 나는 그저

나로 살고 싶어 엄마! 도와줘. 그럴 수 있게,



음악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앤 데,

예술가로, 피아니스트로. 그런 직업인으로.



나라는 사람을 갉아 넣어 겨우 내 이름

세 글자가 마구 평가되는 거 난 싫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 피아노 더 안 해.



다 때려치울 거야! 다른 악기도 안 해 에.

절대에.. 재능이 있음 뭐 해?

엄마 내가 불행하다니까,



내가 죽어서 명예롭고 이름 알리고

걸작내면 대체 뭐 해? 어이가 없네?



나는 그냥, 직업인으로서

음악을 대하고 싶지가 않아. 엄마,



나는 그냥, 서툴고 서툰 나로

살 거야. 영원히, 누가 뭐래도.



그리고 나 플루트도 더는 안 해.

엄마가 선생님한테 확실히 말해.

나 도저히 못 해. 아니. 안 해!



나 음악 엄청 사랑해, 엄마,..

근데 일찍 재능 찾아주고.

진로 찾는 건 감사하고 진짜 고마운 일인데,..



엄마랑 선생님 때문에. 그 벅차게 사랑하는

내 음악. 나한텐 친구 같은 앤 데,..



나 영원히 증오할 뻔했어.

(휴.. 여기서 좀 쉬어주고.

악센트 조절.. 응? 악센트가.. 뭐지.

이 단어들 난생처음.. 듣는데.



나 들은 적이 없는데 왜 내가 알겠지?

왜 아는 거지..?)



연기 선생님한테 연기할 때 의지 없다고..

혼났었는데. 힘을 좀 빼라는 게 이런 건가?!



뭐지. 아주 많이 혼란스러웠던.

여느 꼬꼬마 시절,



엄마, 나보고 바이올린 배울 거냐고 했지!

나 배우기 싫어.



그래서 아니 첼로 할래.라고 한 거야.

나 음악 정말 사랑해. 정말, 이대로가 난 좋아.



천재든, 뭐든 재능 있어도.

내가 싫다면. 내가 죽겠고 불행하다면.



엄마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

음악 시켜서 전문가는 되지만.



'나는 전혀 없어지게 키울 건지.'



아님 음악을 여전히 영원히, 사랑하지만.

전문가는 아닌 그런 삶을 살게 키울 건지.



내 딸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한 번 생각해 봐.

나중에라도 내가 명예 돈 권력 다 가졌는데,

진짜 나는 없어서.



나라는 고유성은 전혀 없어서,

내가 내 삶에 전혀 없어서.



유명한 예술가들처럼 목숨이라도 끊거나.

아님 뭉크의 그림처럼 평생을 불안하게 산다거나.

빈센트 고흐처럼 내 귀라도 자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래?



엄마는 말도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내 소리를 아주 들은 체 만 체.



나는 그 시절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을, 여럿 읊으며

엄마랑 팽팽하게 싸웠다.



결국 내가 이겼다, 나는 음악을 여전히 즐기며.

담뿍 영원히 사랑할 수 있게 됐다.



p.s 누군가는 배 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당시 엄마도 그렇게 말했다.



예술을 하든 안 하든, 내가 행복할 권리는

바로 나에게 있으니까.



조성진 같은 피아니스트는 정말 너무 대단하지만,

계속되는 시험의 연속. 평가, 자기 예술에 대한

확신이 얻어질 때까지. 나를 저울질하며.



시험대에 잽싸게 올려지고

스스로가 얼마나 힘겹겠어,



그렇게 하나씩 힘겹게 이겨내며.

오신 거겠지만.



나는 그저 이승현 피아니스트, 이승현 첼로리스트,

이승현 바이올리니스트, 이승현 플롯리스트.

보다는 그냥 지금의 이승현. 이승현, 이 좋아!



엄마 내 고집에 그날 꺾여줘서,

더는 억지로 음악 시키지 않아서 사랑해.



내가 천재이던 아니던 그런 건

더는 중요치 않아, 나는 그냥 나야~

생각해 보면 말이야. 엄마. 평화주의자였던 내가.

그때 그렇게 처음, 엄마와 싸우기까지 내겐

큰 결심이 필요했다는 것.



그리고 내가 필요한 걸 얻기 위해선.

아무리 평화주의자여도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는 걸. 톡톡히 아주 제대로 배운 하루였어. 나는, 절대 잊히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