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내 얼굴을 당신은 과연 기억이나 할까?
편지에 내 그리움이 사무쳐 한 자 한 자
떨리는 마음으로, 난 적어 내려갔지.
이따위 편지 뭐가 중요하지?
이미 다 지난 일인데.
과연 날 기억이나 할까? 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고,
내 얼굴을 당신은 과연 기억이나 할까?
역시 모르겠어.
그런데 말이지. 소중한 건 내 영혼이,
우리의 영혼이 잊은 듯이 살다가도
스스럼없이 다 기억한대.
내가 그랬듯이,
당신도 날 기억할까?
과연 기억한다면,,
어떤 얼굴의 나를 기억할까?
적어도 내가 도망이라 싶고 당신의 곁에서
잽싸게 멀어졌으니, 당신은 내 우는
얼굴을 절대 못 봤을 거야. 참 다행이야
오열할 때 파르르 떨리는 내 손가락도,
가냘프게 들썩이는 그 어깨도.
습관처럼 질겅거리는 이 피빨강 입술도.
다행이야, 당신이 전혀 보지 못해서
내 웃는 모습만 보게 해주고 싶어,
마지막까지 내내라는 누군가에게
했던 그 말처럼 내 웃는 모습만
기억해 준다면 참 고맙겠어.
벚꽃이 떨어질 때 함께 있었던 그날처럼,
벚꽃같이 웃던 나를 살포시, 당신의 마음을
쿵 하고 울리던 나를 다 잊을 수 있다면.
그저 다 잊고, 만약 잊을 수 없다면
봄과 여름 사이. 그쯤이 되면 아주 많이 열병처럼,
고뿔에 걸린 듯이 훌쩍이던 나를.
냉방병이란 그 이름으로 매년 당신을 앓던,
나를 한 번은 단 한 번은 기억해 주길 바라겠어.
당신이 그저 감사했다고 나 역시 그렇다고.
나를 보며 앙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이처럼
굴다가 벚꽃처럼, 햇살처럼 막 웃어준다면.
난 더 바랄 게 없겠어 소원이 끝내는,
다 이루어진 셈이니까.
드라마, 영화, 작사 내 창작이 가능한
그곳에선 당신과 옆에서 마주 보고 잘 서 있을게.
더는 도망 같은 거 가지 않을게. 그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