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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금을 차곡차곡
감사일기
20250112 일
by
이승현
Jan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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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가 나보고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하면 바로 흐에엥.. 눈물바람 그럼 진짜
우리 엄만 어딨어? 계속 오열했다.
유성시장 다리 밑에 있어.
너 불쌍해서 거둬달라고 해서 호떡 장사하며
힘들게 너 키웠대.
어느 날 그 호떡 장사가 호빵 장사로 바뀌어도 레퍼토리가 조금씩 말이 달라져도 나는 늘 오열했다. 엄마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지금 생각하면 되게 감사히 충분히,
잘 큰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모님께도 간절히 감사합니다.
진
짜 주워오고 불쌍해서 길러준 줄
알고
내 처지에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게 슬펐던지.
그래도 진짜 그게 진실이어도 날 버리지 않고
키워줘서 감사하게 느꼈다.
엄마는 내 우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도 내내 놀렸지만 진실이
아니었음에. 나 역시 많이 사랑하고, 서툴고
또 사랑받았음에 참 감사합니다.
페이지- 이별이 오지 못 하게, 를 부르며
그날은 엉엉 티 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울었다.
기도는 아니지만 소원? 소망했던 것 같다.
속으로 내내 울면서, 저 사람이 너무 좋아요.
진짜 세상에서 딱 나만 좋아하게 해 주세요.
이별이 오지 못 하게 해 주세요. 막아주세요
부디.. 제발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달뜬 마음이 내내 들 수 있었던 2013년에
참 감사하고, 2013년의 나에게도 참 감사합니다
.
김치는 내가 그냥 꺼내 먹으면 되는데 김치통 무겁다고, 김치 많이 먹는 나를 위해 손수 김치를 다 꺼내두고 피곤할 텐데 비지찌개에 나를 위해 반찬을 다 해두고 간 아빠에게 참 감사합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봤을 때 이젠 더는 후회되는 게 없음에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빠가 해놓은 반찬과 내 요리와 사놓은 고기,
채소 감사히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페이지- 이별이 오지 못 하게, 를 그 애와 함께
한 공간에서, 부르며 이별이 오지 못 하게 해 달라
.
서로만 사랑하게 해 달라. 꼭.
어쩌면 서로만 사랑하게 해 달라는 그 소원은
그 소망은 나도 모른 채로 이루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느지막이 알았지만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 사랑을 했다는 것. 그런 사랑을 받았다는 것,
그런 사람을 일찍이 만났다는 것. 참 감사합니다.
어쩌면 비극인 줄 알았던 우리의 생애는
전생을 알고 그 전생의 소원이 이루어짐으로 영원히, 해피엔딩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이 소원처럼 간절함처럼 좋은 작품,
지금 쓰는 소설 계속 쓸 것임에 내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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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달달한 밤 난 별일 없이 산다
저자
나의 나무는 결국 나를 찾아온다. 돌고 돌아 나뿐이라, 그런 사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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