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사일기

20250112 일

by 이승현

어릴 적 엄마가 나보고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하면 바로 흐에엥.. 눈물바람 그럼 진짜

우리 엄만 어딨어? 계속 오열했다.



유성시장 다리 밑에 있어.

너 불쌍해서 거둬달라고 해서 호떡 장사하며

힘들게 너 키웠대.

어느 날 그 호떡 장사가 호빵 장사로 바뀌어도 레퍼토리가 조금씩 말이 달라져도 나는 늘 오열했다. 엄마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지금 생각하면 되게 감사히 충분히,

잘 큰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모님께도 간절히 감사합니다.



짜 주워오고 불쌍해서 길러준 줄 알고

내 처지에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게 슬펐던지.

그래도 진짜 그게 진실이어도 날 버리지 않고

키워줘서 감사하게 느꼈다.



엄마는 내 우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도 내내 놀렸지만 진실이

아니었음에. 나 역시 많이 사랑하고, 서툴고

또 사랑받았음에 참 감사합니다.



페이지- 이별이 오지 못 하게, 를 부르며

그날은 엉엉 티 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울었다.

기도는 아니지만 소원? 소망했던 것 같다.



속으로 내내 울면서, 저 사람이 너무 좋아요.

진짜 세상에서 딱 나만 좋아하게 해 주세요.

이별이 오지 못 하게 해 주세요. 막아주세요

부디.. 제발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달뜬 마음이 내내 들 수 있었던 2013년에

참 감사하고, 2013년의 나에게도 참 감사합니다.



김치는 내가 그냥 꺼내 먹으면 되는데 김치통 무겁다고, 김치 많이 먹는 나를 위해 손수 김치를 다 꺼내두고 피곤할 텐데 비지찌개에 나를 위해 반찬을 다 해두고 간 아빠에게 참 감사합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봤을 때 이젠 더는 후회되는 게 없음에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빠가 해놓은 반찬과 내 요리와 사놓은 고기,

채소 감사히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페이지- 이별이 오지 못 하게, 를 그 애와 함께

한 공간에서, 부르며 이별이 오지 못 하게 해 달라.

서로만 사랑하게 해 달라. 꼭.



어쩌면 서로만 사랑하게 해 달라는 그 소원은

그 소망은 나도 모른 채로 이루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느지막이 알았지만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 사랑을 했다는 것. 그런 사랑을 받았다는 것,

그런 사람을 일찍이 만났다는 것. 참 감사합니다.



어쩌면 비극인 줄 알았던 우리의 생애는

전생을 알고 그 전생의 소원이 이루어짐으로 영원히, 해피엔딩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이 소원처럼 간절함처럼 좋은 작품,

지금 쓰는 소설 계속 쓸 것임에 내내 감사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