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과정은 죽을 만큼 힘들었다.
내가 자각하는 그 순간은 다시 오열한다고 해서
달려와줄 친구도, 지인도 곁에 없었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이번엔 다 각오해야 했다.
감정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꾹 눌러둔 결과로,
더는 바쁘단 핑계로 현실이란 핑계로
내게 더 핑계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시절, 내 절친은 너 그러다
후폭풍 올 것 같다 제발 승현아,
너 좀 터뜨려. 제발 직면해,라고 말했고.
올해는 기억도 찾은 참 놀라운 해였는데.
곁엔 아무도 없었고 지극히 외로웠으며,
혼자 넘어지지 않기 위해 더는
핏빛이 아니기 위해 애써야 했다.
말 그대로 나 혼자 고군분투,
여기서 감정을 더 억누르면 내가
더는 내가 아닌 게 된다.
친구의 말이 다 맞았다.
그 시절 친구는 2015년에 그 말을 했고,
나는 2025년까지 혼자 그렇게 참았다.
후폭풍은 참 거셌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될수록 나는 괴로웠고 죄책감을 느꼈으며
나를 한없이 원망했다.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찾아야 하는 기억이라면,
나 그냥 평생 모르고 살래.
그제야 내가 울었다.
왜 자꾸 기억하고 싶지..?
이거 뭔데, 대체 누군데.
나한테 무슨 존재였는데. 도대체..
왜 내 새끼손가락만 한 약속을 해놓고,
심장이 다 도려낼 만큼 아프지?
이게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이 기억을 찾는 게
과연 나를 위한 온전한 선택일까?
그냥 영영 잃어버리는 건 어때?
승현아, 그냥 놔버려. 이젠, 다 포기해.
현실과 타협하자. 못 하니까 기억,
너 앞으로도 영영 못 할 거니까.
그냥 왜곡된 기억으로 살자 우리 부디 그러자.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이러다 내가 먼저 죽겠어.
무슨 기억이야, 기억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
나 어떡하지?
찾고 싶어 내 기억,..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사람 같아..
아무 데도 없는데, 대체 누구지.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매일매일 몇 년치,
울음을 큰 소리 내 엉엉 울었다.
그렇게 울 수 있는 것도 난
참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늘 감사했다.
더는 그 감정을 가슴에 묻지 않는 것이,
그리고 2025년.
봄을 지나 어느덧 5월,
나는 기억을 되찾았다.
이 봄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기억을 찾는 과정은
여느 우주여행 못지않게 고통스러웠고.
죽고 싶었으며 살아야만 했다 나는,
전생과는 꼭 다르고 싶었기에.
발버둥 쳤다. 나 홀로 첨벙첨벙,
하나 기억을 찾는 그 과정은
그다지 기적이 아니었다.
얼이 빠지기 일쑤였고,
늘 넋이 나갈 때까지 울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을 찾은걸
작가님은 후회하십니까?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의 그 사람은 나와 새끼손가락만 한
약속을 하고 새끼손가락보다 더 길고,
질긴 인연이 나도 모르는 사이,
계속 이어져 묶여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기억을 못 할 때도 그저,
심장이 먼저 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다시 또 잃는다면 아마도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그냥 여기,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이
그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 기억도 이제 찾았고요.
기적처럼요.
하지만 그 기적을 이루기엔
응당 기적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주 지독하게, 고통스럽지만요.
하나 감사합니다.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저는,
살아 있어서, 이 긴 우주여행이 지독한
저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아서 감사할 뿐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웃으면서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로소 말이죠,
병원에서 기억을 되찾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고 했고,
영영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고.
다행인 건 저는 살았고,
살아서 기억을 다시 해냈으며.
제 지독한 기억 상실은 저를 늘 옭아매고,
저를 미워하고, 저를 원망하게 했지만
다시 저를, 이 원점으로 돌려놨습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제 영혼이 생생히 다 느끼고 있기에.
모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죄책감을 절대 가지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다시 태어난 듯이,
살게 해 준 그분께도, 이 기억에도
이 세상에도 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