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음

by 김아인

2월의 둘째 주 어느 날,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핸드폰이 고장났다.

급하게 다음 날 아침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니 메인보드가 날아갔다는 슬픈 소식을 들려주며 기사아저씨는 데이터는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옮기기 위한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별 수 없지 않은가, 일단은 고쳐야 하니까.


다행히 2월 어느 날 까지의 사진은 옮겨두었지만, 그 이후의 사진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풍물시장의 사진도, 오 나의 책방의 사진도, 글을 쓰기 위한 아이템 사진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의욕이 나지 않았다. 아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곳을 다녀왔다는 기억 자체를 잃어버렸다. 단지 사진을 잃어버렸을 뿐인데.


드폰의 초기화 직후, 제주도로 떠나게 되면서 그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데 더 시간이 걸렸다. 제주도 여행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날아가버린 번호들이 수두룩 했고, 자주 쓰던 어플, 음악을 다시 생성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고, 내가 그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가 떠오르지 않았고 제주도가 그리울 뿐이었다. 스마트폰 때문일까, 아니면 여행의 후유증일까.


그 잃음들을 점점 회복하게 된 것은 사람들을 만나면서이다. 함께 풍물시장에 갔던 사람을 통해서, 잃어버린 번호의 주인공을 만나면서, 일상의 사람들과 다시 함께 하게 되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몇 주간 글을 쓰지 않은 나의 변명이다. 2017년의 목표를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오늘부터 다시 답사를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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